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해외 송전망 건설·운영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하면서 해외 사업 확대에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발전연료비 증가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돼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만큼 해외사업이 신규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지 시선이 모인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2022년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매출을 다각화하는 데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올해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2022~2026년 중장기 경영목표를 수립하면서 해외사업 매출을 다각화하고 신사업·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 7월에는 베트남의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 건설사업 입찰에 나서면서 해외 발전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
특히 해외에서 처음 도전한 송배전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해외 사업을 다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해외에서 주로 발전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지난해 말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해저 송변전사업 입찰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한국전력은 일본 큐슈전력, 프랑스 EDF 등을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여 입찰에 나섰다.
이후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12월22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총사업비가 4조2천억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전력은 도미니카공화국, 인도, 카자흐스탄 등에서 송배전 EPC(설계·조달·시공을 맡는 용역)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해외에서 주사업자로 송배전사업을 맡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사장은 한국전력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신규 수익 창출이 절실하다.
한국전력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이 연이어 동결돼 올해 4조 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수준과 대통령선거를 고려할 때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쉽지 않다”며 “전기요금이 한국전력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반영하는 수준의 정상화를 달성하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정 사장이 해외 사업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사업 수주를 늘린다면 수익 다변화를 통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세계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송배전사업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2045년까지 풍력, 액화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와 송배전 등 전력시장에 모두 360조 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요 유럽 국가들의 전력시장은 노후 송전망 및 송변전 기기 교체·개선 사업에 따라 향후 10여년 동안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