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NHN페이코와 함께 은행권 최초로 선구매 후불결제(BNPL) 서비스를 개발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제 NHN페이코와 업무협약을 통해 서비스 개발은 준비하는 단계”라며 “아직 시점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2022년 하반기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선구매 후불결제(BNPL)란 고객 대신 상품 구매금액을 업체가 먼저 결제한 뒤 고객에게는 무이자 할부로 원금을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카드회사들이 기존에 제공하는 할부결제와 비슷하지만 복잡한 카드 발급절차나 신용심사 과정이 없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용도가 아직 높지 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MZ세대 가운데 20.7%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선구매 후불결제 서비스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전 세계 선구매 후불결제시장 규모는 2025년 현재의 15배인 1조 달러(약 115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도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선구매 후불결제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후불결제 서비스 혁신금융사업자로 선정돼 4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22년 3월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고 카카오페이도 2022년 안에 후불결제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빅테크와 잠재력이 큰 선구매 후불결제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옥동 행장이 빅테크와의 대결을 마다 않는 이유는 선구매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MZ세대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2020년 20대 전용 브랜드 ‘헤이영’까지 선보이는 등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헤이영은 금융 서비스를 은행보다 모바일앱으로 더 먼저 접하는 20대를 신한은행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브랜드다.
신한은행의 브랜드는 제도권 금융회사로서 20대 고객들에 접근성과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신한은행은 더 친숙한 이미지로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선구매 후불결제 서비스는 이런 전략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선지불 후불결제 서비스는 수익을 낸다기보다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이를 통해 진성 고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와 유렵 등에서는 선지불 후불결제 한도액이 200만 원 정도인 반면 한국은 30만 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선지불 후불결제가 신용카드 기능을 대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가 완화된다면 20~30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선지불 후불결제시장이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소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선지불 후불결제는 카드 중심의 결제시장과 엄격한 금융규제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나 종합지급결제업자의 후불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전자자금융거래법 개정 등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