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경쟁당국의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 승인을 자신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을 상대로 압박을 지속한다면 SK하이닉스의 인수 계획이 확정돼도 중국 낸드플래시공장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의 내년 반도체사업 성장 전략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합병 여부가 당분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D램사업은 업황 변화가 사실상 절대적 변수로 자리잡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사업은 영업이익 흑자 기조 안착과 글로벌 상위기업 도약이 중점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성장전략은 낸드플래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확정되면 점유율이 크게 늘어 실적과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미뤄져 오던 중국 당국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을 올해 안에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정기 조직개편에서 SK하이닉스에 미주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이석희 사장이 직접 미주사업장을 맡아 대형 IT기업 등 고객사를 상대로 낸드플래시 영업을 강화하는 변화도 이뤄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며 “다양한 고객사 공략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승인이 내년까지 미뤄지거나 승인이 어려워진다면 이 사장이 구상하고 있던 SK하이닉스 사업전략을 실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최근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에 부정적 시선을 내놓으면서 중국 경쟁당국에서 인수 승인 여부를 더욱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D램 생산라인에 첨단 반도체장비인 EUV장비를 반입하려는 계획을 두고 중국의 반도체기술 확보를 우려해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미국 정부가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에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며 견제를 지속한다면 SK하이닉스가 잠재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중국 낸드플래시공장도 인수하게 되는데 미국 정부의 압박에 첨단 낸드플래시 공정을 중국공장에 도입하기 어려워진다면 생산라인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구형 공정의 낸드플래시밖에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고 공장 운영 효율성도 낮아져 거액을 들이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효과가 불투명해진다.
이석희 사장은 최근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승인은 적극적으로 관련당국과 협업 및 논의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며 중국공장에 당장 EUV를 도입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정부의 SK하이닉스 압박이 장기적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계획에 미국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미국과 중국 정부 사이 경쟁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결국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 사이 낀 처지에 놓여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성공한 뒤에도 쉽사리 축배를 들기 어려운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대종 연구원은 “인텔은 엔터프라이즈용 SSD 시장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 고객 기반 강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낸드플래시와 SSD 제품 생산을 확대해 서버용 SSD 최대 고객사인 미국 IT기업들에 적극적으로 공급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된다면 중국 낸드플래시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고객사에 공급하는 일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이 사장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별개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첨단 공정기술 개발과 중국 이외 반도체공장 투자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남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이미 낸드플래시 경쟁력에 자신감을 두고 공격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