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2월 넷째 주에 공사보험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 등과 의견을 조율해 12월 마지막 주를 전후로 실손보험 인상률과 관련한 최종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료 요율, 인상율 등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연구원이 산출한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보험사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논의된다.
협의체가 보험료의 조정 폭을 결정하면 각 보험사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상률을 결정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보험료 산정에서 금융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손보험은 병원과 의원,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와 약제비를 보상해 주는 보험을 말한다. 국민 39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으로 누적손실이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 규모는 2019년 말 2조3546억 원에서 2020년 2조5008억 원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3조6천억 원까지 커졌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팔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KB생명보험, 신한라이프 등 실손보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보험사들은 잇따라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현재 4세대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생명보험사 5곳과 손해보험사 10곳 등 모두 15곳 밖에 없다.
15곳의 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통해 현재의 적자 구조를 개선해야 실손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올해 초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4세대 실손보험을 시장에 연착륙시켜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의 정상화를 위해 새롭게 설계한 보험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많이 쓰면 많이 내고 적게 쓰면 적게 내는 콘셉트로 2021년 7월 출시됐다. 우선 보험료가 기존의 1~3세대보다 저렴한데 10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4세대 실손보험료는 1만1982원으로 가장 비싼 1세대(4만749원)와 비교하면 70.6%나 저렴하다.
다만 진료비의 자기부담 비율이 이전 세대의 실손보험보다 높고 비급여 이용량이 많으면 보험료가 300%까지 할증될 수 있어 소비자들은 기존 상품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22만 건으로 전체 실손보험의 0.8%에 그치고 있다. 1, 2세대 보험 가입자들은 올해 보험료가 인상되자 4세대보다 더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고 보험료가 동결된 3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는 4세대 실손보험의 초반 흥행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 2~3세대 상품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1월3일 ‘보험업계 간담회’에서 “지속가능한 실손보험 정책 협의체를 출범시켜 개선 방안과 비급여관리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며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사들은 1~2세대 실손보험은 20% 이상, 3세대 실손보험은 10%대 초반 등 평균 21%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평균 10~12%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며 “이번에도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수준이 보험업계의 기대치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도 실손보험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보험료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언제든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 수 있고 국민의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이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료현장에서 실손보험 청구 행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험료 인상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그 효과가 점진적으로 반영되는 한계가 있어 당분간 보험사의 위험손해율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이 악화되는 주된 원인은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보험 계약자들이 주로 의원급에서 행하는 의료 쇼핑으로 추정되며 이런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