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기술수출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개발 자금을 충당해왔는데 보유현금이 넉넉지 않은 만큼 기술수출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9일 에이비엘바이오에 따르면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ABL101’의 임상1상을 내년에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현재 임상 진행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그동안 에이비엘바이오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임상을 미국에서 진행했고 미국 제약회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어온 사례를 들어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ABL101의 임상1상도 미국에서 진행할 것으로 바라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중국 제약회사 아이맵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ABL503과 ABL111의 임상1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또 미국 제약회사 트리거테라퓨틱스 등과 면역항암제, 뇌종양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혈액암 치료제의 임상1상 지역이 정해지고 시험이 시작되면 곧바로 기술수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전임상(동물시험) 단계와 임상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것을 사업전략으로 두고 있는데 ABL101도 같은 전략을 사용할 계획이다”며 “임상1상 시험 지역은 미국과 국내 가운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 ABL101에 자사의 플랫폼기술을 적용한 만큼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ABL101은 암세포에 과발현하는 B세포 성숙화 항원인 BCMA 단백질과 면역 T세포인 4-1BB를 동시에 결합한 이중항체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혈액암은 혈액의 구성 성분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나 혈액을 만드는 골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계에 암이 생긴 질병이다.
글로벌 컨성팅기업인 GBI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혈액암 치료제 시장규모는 2015년 307억 달러(약 36조 원)에서 해마다 12.5%씩 성장해 2022년에는 701억 달러(약 82조25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101에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기술인 그랩바디-T(Grabody-T)를 적용했다.
그랩바디-T는 암세포만을 표적해 항암작용을 높이고 면역체계에 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이중항체 플랫폼기술이다. 면역 T세포인 4-1BB는 뛰어난 항암효능을 내지만 단독항체로 사용할 때 심각한 간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T 기술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이 암세포와 결합했을 때만 4-1BB를 활성화해 간 독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2022년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개발 비용 문제로 임상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설립된 해인 2016년부터 현재까지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 35억 원, 2017년 96억 원, 2018년 240억 원, 2019년 404억 원, 2020년 596억 원으로 영업손실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21년에도 9월까지 34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1년 9월 기준으로 약 69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영업손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임상개발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항암치료제 후보물질 5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1개 등 모두 6개의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임상1상 비용은 50억 원 안팎, 임상2상 비용은 200억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에이비엘바이오가 혈액암 치료제 ABL101 등 기술수출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후보물질에 관해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해 임상개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임상시험에 오른 후보물질의 연구를 진행해 기술수출의 밑거름을 쌓을 계획이다”며 “임상 진입 후 후보물질의 유효성 평가를 하면 기술수출의 가치가 높아지고 플랫폼기술과도 묶어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