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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전 의원(왼쪽)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뉴시스> |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뒤 칩거해왔던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선거 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름아닌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이었다. 당내 비주류로 밀려난 정 전의원이 야권인사들과 접촉하며 세력회복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정몽준 전 의원은 19일 오전 서울시장 집무실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과 만나 환담했다. 박 시장은 정 전 의원에게 “공약을 많이 하셨으니 고문으로 모시겠다”고 요청하자 정 전 의원은 “고문은 너무 노인 같으니 정치선배가 어떠냐"며 "고문 대신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지방선거 전까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탈락하며 한 순간에 비주류 원외인사 처지가 됐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하겠다며 국회의원직도 내던져 현재 정 전 의원은 정치직함 없이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만 맡고 있다.
선거 탈락 후 정 전 의원의 측근은 "(정 전 의원이) 당분간 쉬겠다고 했다"면서 "(향후 행보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나도 고민이 많다”고 말하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전 의원은 낙선 후 공식적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정치권이 청와대 개각으로 시끄러울 때도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이 박원순 시장의 집무실이었다.
일부에서 이를 두고 정 전 의원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내 비주류로 밀리면서 야권 인사들과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낙선으로 정 전의원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재계는 정 전의원의 낙선이 그가 오너로 있는 현대중공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 과정부터 현대중공업 주식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 전의원은 현대중공업 지분 10.2%를 가진 최대주주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준 전 의원의 경선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백지신탁 이슈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며 “낙선으로 백지신탁 문제가 사라졌으니 직원들이 회사 일에 전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면 차기 대권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 현대중공업은 장기적으로 정치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그런 면에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내심 정 전 의원의 낙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사경영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정 전 의원이 박원순 시장을 방문하는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한때 여야를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달렸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13% 포인트 차이로 참패하며 옛 위상을 잃어버렸다. 선거패배 직후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후보의 대권에 대한 꿈은 사실상 멀어졌다”며 “정 후보는 국회의원직도 사퇴해 지금으로선 정치적 재기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정 전 의원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에게 대선후보 지지를 물은 결과 정 전 의원이 새누리당 인물 중 1위에 뽑힌 것이다.
여야를 합한 전체 1위는 박원순 시장(18.5%)이었고 2위 문재인 의원(17.1%) 3위 안철수 대표(11.5%) 4위 정몽준 전 의원(11.1%)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