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담배를 군에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체제가 무너졌다.
KT&G가 독점해온 군납담배시장에 미국과 일본업체가 끼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 장병들이 5월부터 국방마트(PX)에서 외국산 담배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PX에서 외국산 담배가 판매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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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복인 KT&G 사장. |
국방부는 13일 국군복지단 주관으로 진행한 PX 신규납품 담배심사에서 KT&G와 미국 필립모리스 일본 JTI 등 3개 회사의 4개 제품을 선정했다.
새로 선정된 제품은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과 JTI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 KT&G의 ‘레종 프렌치 블랙’, ‘보헴 시가 슬림핏 브라운’이다. 이 제품들은 5월1일부터 1년 동안 PX에서 판매된다.
군 PX에 공급되는 담배는 모두 20종이다. 국방부 국군복지단은 매년 4월 심사를 거쳐 실적이 저조한 일부 품목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품목으로 교체해왔다.
군납담배는 KT&G가 독점적으로 공급해오다가 장병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2007년부터 수입 담배 브랜드까지 포함해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외국 브랜드가 납품권을 받은 적이 없다. KT&G가 9년째 시장을 독식한 것이다.
국군복지단은 맛(40점)과 디자인(30점), 가격(30점) 등을 고려해 고득점 품목을 선정한다.
납품업체 선정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필립모리스는 3월28일,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는 1일 서울중앙지법에 ‘납품품목 선정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KT&G는 군납담배 독점이 깨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납담배 시장은 연간 13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KT&G는 이제 이 시장을 외국산 담배외 나눠야 한다.
KT&G는 지난해 내수에서 담배매출로 1조9266억 원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PX에서 판매되는 20여개 제품 가운데 외국산은 2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젊은 장병들의 외국산 담배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 KT&G의 군납담배 매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연령대별 주흡연 브랜드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필립모리스는 19~29세 연령대에서 40.7%로 1위를 차지했다. KT&G와(32.3%), BAT(16%), JTI(11%)가 뒤를 이었다.
25~29세 장병들의 담배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필립모리스가 38.3%로 1위를 차지했다. KT&G는 33.2%, BAT코리아는 18.6%, JTI코리아는 9.9%로 집계됐다.
KT&G 관계자는 “아직 외국산 담배가 PX에서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매출 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납담배가 국내 담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며 “KT&G 내수담배 매출은 세금을 제외한 순매출을 의미하는데 군납담배의 경우 세금을 빼고 나면 매출 기여도가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