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가 11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 다 죽어."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극한 상황에서 오일남은 이렇게 외쳤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을 지켜보며 하고싶은 말 아닐까?
2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주말이 윤 후보와 이대표의 갈등이 장기화되느냐 아니면 진정국면으로 돌아서냐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요일인 6일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어 자칫 당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명이 불참한 상태로 선대위가 출범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윤 후보로서는 어떻게든 이번 주말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30일 부산을 찾은 뒤 1일 순천와 여수에 이어 2일 제주도를 방문했다. 지역구 사무실이나 지역 당원들을 만나 지역 현안을 챙긴다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반면 윤 후보는 2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어느 정도 본인도 좀 리프레시를 했으면 한다"며 "저도 막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선대위 출범은 윤 후보에게 또 다른 악재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이 대표마저 끌어안지 못한 것이 됨에 따라 윤 후보에게 독불장군 이미지가 덧쓰여질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하는 2030세대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 이미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때부터 윤 후보를 지지했던 20대 대학생 단체 '팀공정의목소리'는 1일 국회에서 윤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이재명 후보 지지를 밝혔다.
안은진 팀공정의목소리 대표는 "오늘날의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그리고
윤석열 선대위는 변화를 갈망해 모여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익을 추구하고 각자가 들고갈 전리품을 챙기는 것에만 혈안이 돼있다"며 "
이준석 대표의 지위를 부정하며 패싱으로 일관해
이준석 대표가 스스로 당무를 거부하게 만드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역을 돌면서 윤 후보 쪽을 향해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끝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다.
당내 분란이 깊어져 윤 후보 지지율에 악영향을 준다면 이 대표가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 대표의 당무 거부를 놓고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이 복귀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온다면 자칫 '우스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윤 후보가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 이 대표를 설득하는 모양새를 연출한다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신경식 국민의힘 고문은 2일 윤 후보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함께한 오찬에서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곳을 찾아가서 같이 서울로 끌고 올라오면 아마 바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싫든 좋든 전부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찾아간다고 해도 곧장 문제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영입을 위해 그와 만찬회동까지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결국 선대위 합류를 거절했다.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윤 후보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윤 후보는 이 전 대표를 찾아가더라도 빈손이 아니라 어떤 선물을 들고가야 한다.
1일 이 대표를 만난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가) 대선 승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들이 관철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윤 후보에게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전략을 담은 '비단주머니'를 선물했다.
이번에는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비단주머니를 선물할 차례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 측이 이른바 '윤핵관'을 제압함으로써 이 대표가 회군할 공간을 열어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핵관은 '
윤석열 캠프의 핵심 관계자'를 줄여 부르는말이다. 그는 최근 특정 언론과 익명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이 대표 사이 갈등을 확대시킨 것으로 지목된다.
윤핵관은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고 주장해 김 전 위원장의 '주접' 발언이 나왔다. "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없앤다", "윤 후보 지지 여론 형성에 김 전 위원장 역할은 1%도 없다", "이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관심대상일지 모르나 이대녀(20대 여성)에게는 혐오대상"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핵관'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
권성동 의원은 확실히 아니고 장제원 의원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 두 사람을 제외시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그 사람(윤핵관)을 찾아내면 기필코 당에서 축출할 것"이라며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