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1-11-25 13: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메리츠캐피탈이 자기자본 1조 원을 넘기며 재무안정성을 강화한 데다 실적도 증가세를 보여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권태길 메리츠캐피탈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순이익 규모를 대폭 키워 중상위권 캐피털사로 끌어올렸는데 신용등급이 오르면 우수한 자금조달능력을 확보해 상위권 캐피털사들과 경쟁할 발판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권태길 메리츠캐피탈 대표이사.
25일 메리츠캐피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2021년 3분기 말 자기자본이 1조2260억 원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메리츠캐피탈은 2020년 말 자기자본이 9508억 원이었다. 9월 모기업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2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자본확충 노력에 힘입어 자기자본 1조 원을 돌파했다.
메리츠캐피탈이 자본 1조 기반을 다지면서 신용등급 상향을 향한 기대도 커진다.
메리츠캐피탈은 현재 주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권면보증을 서줄 때만 제한적으로 AA등급 금융채를 발행해왔다. 권면보증이란 금융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 모회사가 보증을 서주는 것을 말한다.
상위권 경쟁 캐피털사들이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AA를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한 단계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메리츠캐피탈의 경영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은행계열 금융지주 산하가 아니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캐피탈은 신용등급이 오르면 단순히 등급이 상향조정되는 의미뿐 아니라 실적 증가도 꾀할 수 있게 된다.
AA등급 이상 우량회사채로 분류돼 채권발행 등에 따른 이자비용 줄어들고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이자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순이익이 더욱 개선될 수 있다.
캐피털회사는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조달능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메리츠캐피탈은 과거 회사의 자산 증가속도에 비해 자체 자금조달역량이 부족해 메리츠금융지주가 지급보증채권을 상당량 발행했다. 그러나 조달역량이 증가한 현재는 그룹의 지급보증한도를 유사시에 대비해 일정 수준으로 남겨둘 정도가 됐다.
다만 그룹 차원의 보증도 무한정은 아니기 때문에 그룹의 보증에 기대서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보다 홀로서기가 가능해져야 더 큰 실적 증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캐피탈은 차츰 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그룹 보증 등 도움을 받는 처지에 놓일 때가 많았는데 최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그룹에 기여하는 몫이 커졌다.
메리츠캐피탈은 2021년 10월 1천억 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배당금은 100% 지분을 보유한 메리츠증권에게 모두 돌아갔다. 메리츠증권이 2천억 원을 출자한 지 한 달만에 절반을 돌려받은 셈이다.
메리츠캐피탈 배당은 2014년 82억 원, 2015년 259억 원, 2016년 324억 원에서 2019년 1300억 원, 2021년 1천억 원으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직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등급 상향을 고려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0월 메리츠캐피탈을 두고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사업·재무적 지원과 양호한 자체 리스크관리를 통해 우수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 다각화, 리스크 관리 강화, 대손·조달비용 관리, 적정수준 위험완충력 확보 여부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캐피탈은 실적 호조를 보인다. 이에 더해 권태길 대표가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위험관리역량을 확대하면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캐피탈은 3분기 영업이익 1475억 원, 순이익 132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32.0%, 순이익은 31.0% 증가했다.
권 대표가 취임한 2014년 메리츠캐피탈 순이익은 125억 원이었다. 2021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만 2270억 원 규모로 7년 만에 18배 이상 증가했다.
권 대표는 메리츠금융 계열사와 연계영업을 통한 우수한 부동산 금융 및 투자금융을 강점으로 캐피털업계 중상위권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향은 자본확충 외에도 시장 지위,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기 때문에 상향 가능성을 예단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메리츠캐피탈은 자본확충으로 재무위험 완충능력이 강화됐고 영업 확대에도 힘을 실을 여유가 생기는 등 종합적으로 신용등급 향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