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아내의 선거운동은 여성 표심을 비롯해 중도층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효과적 카드다. 시간적 물리적으로 대선후보가 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밑바닥 표심을 다질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대선 때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이 인기를 끌자 4~5개월을 호남에 상주하며 봉사활동 등을 통해 표심을 다지기도 했다.
김건희씨가 공개활동을 시작한다면 과거 대선후보 부인들과 달리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내세워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씨는 윤 후보와 결혼하기 전부터 코바나컨텐츠라는 전시기획사를 운영해왔다.
전통적 영부인으로 여겨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박 전 대통령 옆에서 조용히 내조했지만 때로는 쓴소리도 해 '청와대 안의 야당'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참모 부인들과 모임을 없앴을 정도로 대외활동을 자제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로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섰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김씨도 공개활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대위 출범 이후 봉사활동 등 정치적 논란이 적은 분야에서 공식활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서 '김건희씨는 언제 언론에 등장할 거냐'는 질문에 "안 나올 수는 없다"며 "대중 앞에 사실상의 첫 데뷔를 했는데 데뷔를 함과 동시에 아니면 데뷔한다고 알려지면 지금 수사기관에서 소환 통보를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재를 뿌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이달 말 국민의힘 원내·외 당협위원장의 배우자들이 참여하는 '국민의힘 배우자포럼'을 통해 공개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배우자포럼은 대선에 맞춰 당 홍보활동을 지원하고 여성당원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만큼 김씨가 공개활동을 시작하기에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런 전망에 선을 그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배우자포럼과 관련해 "원래도 강의를 듣고 토의를 하는 등 해왔던 일인데 갑자기 새삼스럽게 배우자포럼이 어쩌고 하면서 오인되는 보도가 있었다"며 "통상적으로 늘 해왔던 일이고 중앙여성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는 당의 공식활동이기 때문에 후보자 배우자와 직접 연관시키는것과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가 전면에 나설 때 리스크가 큰 만큼 대외행보를 최대한 미룰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지어 김건희씨가 끝까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24일 아침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와 인터뷰에서 김건희씨의 등판 여부를 놓고 "김건희씨를 접해본 사람들이 '김건희씨 말투나 사용하는 단어, 이런 것들을 보면 너무 위험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끝까지 안 나타날 것"이라며 "김건희씨를 내세워 생길 수 있는 피해보다는 등장시키지 않음으로 안게 될 감점요인이 더 작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안 내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마이크가 주어졌을 때 어디서 어떻게 폭탄이 터질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