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의 탑재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무선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
▲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20%가량에만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 시리즈를 탑재해 왔다.
나머지는 하이엔드(최고급) 스마트폰에 미국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만 미디어텍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섞어 쓰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왔다.
전기전자 전문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내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엑시노스 탑재 모델의 비중을 2~3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도 2022년 엑시노스 칩의 출하량을 2배 이상 늘릴 것이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연말 플래그십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신제품인 엑시노스2200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2022년 1분기에 출시할 갤럭시S22 시리즈와 내년 하반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에 탑재된다.
엑시노스2200은 이미 각종 성능평가(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으며 반도체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엑시노스2200의 그래픽 성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2200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위해 미국 AMD와 협업했다.
이에 앞서 10월 삼성전자는 중국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 웨이보를 통해 엑시노스2200에서 PC용 고사양 그래픽카드에서나 구현할 수 있었던 그래픽 개선기능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한다고 알렸다. 이에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들은 각종 매체의 댓글을 통해 갤럭시S22를 향한 기대를 내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 시리즈의 판매량을 높일 보급형 칩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유명 팁스터(내부정보 유출자) 아이스유니버스는 트위터에서 “삼성전자가 엑시노스1280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보급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1080의 후속작일 것으로 예상된다. IT매체 GSM아레나는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갤럭시A53과 갤럭시A33 5G에 엑시노스1280을 탑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 시리즈의 신제품들을 통해 무선사업부가 플래그십과 보급형 양면에서 퀄컴과 미디어텍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탑재 비중을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를 하는 셈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탑재 비중 확대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사업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올해 하반기의 스테디셀러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하지 않았다.
대신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향한 플래그십 수요에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으로 대응하고 부족한 물량은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1팬에디션(FE)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나 무선사업부는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탓에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88 칩을 3개 스마트폰 모델을 모두 출시할 만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올해 출시를 포기해야 했다.
삼성전자 IT기기 전문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2022년 스마트폰 판매량을 3억 대 이상으로 올해보다 5천만~6천만 대가량 늘리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엑시노스220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의 4나노미터 공정에서, 엑시노스1280은 5나노 공정에서 각각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엑시노스 시리즈의 갤럭시 스마트폰 채택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핵심부품 조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말과도 같다.
무선사업부의 엑시노스 시리즈 탑재율 확대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시장 입지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시장에서 점유율이 7%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점유율은 5% 줄었고 순위는 4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1위에 오르기 위해 모두 171조 원을 투자한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파운드리사업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시스템LSI사업부도)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엑시노스 시리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대표 상품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시장에서 엑시노스 시리즈의 점유율 확대는 시스템LSI사업부에게 무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엑시노스 시리즈의 안정적 수요처 역할을 맡아준다면 시스템LSI사업부와 함께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엑시노스 시리즈의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담당하게 되는 만큼 엑시노스 시리즈를 탑재한 갤럭시 스마트폰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일석이조를 넘어 파운드리사업부까지 함께 성장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