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보험이 KB금융지주 보험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당장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익원 다변화와 영업 확대를 추진하는 중에 나타나는 일시적 진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KB생명 적자 감수하고 채널영업 확대, 허정수 더 높이 뛰기 위한 진통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



4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3분기 누적기준으로 KB손해보험 보험계열사의 순이익은 5067억 원이다.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의 13.3%, 비은행계열사의 31.7% 비중을 차지할 정도의 규모다.

보험계열사가 비은행계열사의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KB생명만 순손실 181억 원을 거두며 실적이 뒷걸음질을 쳤다.

KB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각각 2692억 원, 2556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그룹의 '리딩금융' 수성에 기여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뼈아프다.

다만 영업규모를 넓히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난 만큼 미래 수익 흐름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생명보험의 적자는 GA(법인보험대리점)와 방카슈랑스 채널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수수료비용이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KB생명보험은 올해 8월까지 사업비로 1302억 원가량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 567억 원과 비교하면 약 2.3배 이상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는 법인보호대리점 채널 영업확대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 비용부담이 커졌다고 KB생명은 설명한다.

실제로 8월까지 KB생명보험의 신계약 규모는 약 3조32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6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5%가량 성장을 이뤘다.

순손실을 보고 있지만 영업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만큼 허 사장은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전환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KB생명보험은 5월 말 1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대규모 자본을 확충했다. 마련된 자금은 법인대리점(GA) 영업 확대와 디지털 전환에 쓰이게 된다.

방카슈랑스에 치우쳤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성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 사장은 6월 "디지털금융의 핵심은 경쟁사에 앞서는 빠른 속도인 만큼 당장 이익에 얽매이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플랫폼 지배력과 미래 수익기반을 확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 사장이 영업을 확대하며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만 2020년에 이어 올해까지 순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허 사장은 12월 말 임기를 마치게 되는데 지속된 적자가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KB생명보험은 2020년 순손실 232억 원을 냈다. 지금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순손실을 볼 것이 유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