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글로벌 10대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평가에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7개 완성차업체가 낙제점을 받았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4일 ‘2021년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대차 그린피스 친환경평가에서 낙제점, 10대 자동차 중 중위권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보고서에는 2020년 글로벌 판매량 기준으로 상위 10개 완성차제조업체인 토요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현대차, 혼다, 포드, 닛산, 르노, 다임러의 친환경 다면평가결과가 담겼다.

그린피스는 △내연기관차 생산중단 및 전기차 전환 계획 △부품 공급망 탈탄소 계획 △자원 지속가능성(가점 요인) △문제점(감점 요인) 등 크게 4개 항목에서 완성차업체의 친환경 실적과 계획을 평가했다.

평가결과 제너럴모터스가 C-를 받아 가장 높았고 폴크스바겐이 D, 르노가 D-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F+), 닛산(F+), 혼다(F+), 다임러(F-), 포드(F-), 스텔란티스(F--), 토요타(F--) 등 7개 업체는 낙제점인 F 이하를 받았다.

F를 받은 회사들은 모두 탄소중립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는데 그린피스는 F 이하 등급에서도 상대적 차이가 있어 +, -, --를 부여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항목에서는 4.81점을 얻어 제너럴모터스(6.69), 폴크스바겐(5.19)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제너럴모터스는 2020년 중국에서 소형전기차 판매를 크게 늘리고 2035년 탈내연기관 선언을 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 ID3, ID4 등 전기차 판매를 크게 늘려 높은 점수를 받았고 현대차는 2030년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발표한 점 등에서 점수를 얻었다.

현대차는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 항목에서는 3.10점을 얻는 데 그쳐 7위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지 않아 점수를 얻지 못했다. 재생에너지 100% 전환목표 시기를 2030년으로 잡은 제너럴모터스와 비교해 15년 늦은 점도 저평가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기업이라는 대외 이미지 홍보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실제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여전히 내연기관차(97%)에 주력하는 점도 낮은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요타는 친환경 성적이 F--로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토요타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및 전기차 판매 실적과 계획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고 공급망 탈탄소화 수준도 평균에 그쳤다.

미국 등에서 연비규제 강화 등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고 전기차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소극적 모습을 보여 감점을 받았다.

이번 친환경평가에서 국제사회의 공인된 목표인 2050년 이전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탈탄소계획을 갖춘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전문위원은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4%가 수송부문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45%가 자동차부문에서 발생한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늦어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중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10대 자동차업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 및 보고서 작성은 그린피스 서울, 베이징, 도쿄 사무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12일 막을 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맞춰 이번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