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증권업계에 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통합하면 증권업계 3위에 오른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법인 출범을 더해 증권업계가 대형증권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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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을 결정할 경우 통합법인은 내년에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법인도 2016년 상반기에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2016년이 사실상 증권업계 재편의 원년이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법인이 자기자본 5조8천억 원으로 선두를 달린다. 그 뒤를 NH투자증권(4조5300억 원),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법인(3조9천억 원), 삼성증권(3조5천억 원), 한국투자증권(3조3천억 원)이 잇게 된다.
현대증권은 사실상 마지막 대형증권사 매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도 한동안 대형증권사 5곳을 중심으로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증권사들은 투자금융(IB)이나 자산관리(WM)에 중점을 두고 차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1일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법인은 순수한 투자금융회사인 일본 노무라증권 모델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KB금융은 은행의 자본력과 고객 기반을 활용하는 유니버설뱅크 모델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초대형 증권사의 등장에 따른 경쟁심화를 전망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KB금융의 지원과 합병 시너지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증권업계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형증권사들이 투자금융과 자산관리 분야에서 우위를 확고하게 굳히면서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수 있다.
투자금융과 자산관리는 양쪽 모두 증권사의 보유자산 확대와 인적 역량 확충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 5곳보다 작은 증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몸집을 불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증권사 5곳 가운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한국투자증권은 투자금융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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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
그러나 몸집이 더 크고 관련 분야에 강점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출현하면 선두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을 안게 된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로 눈을 돌려 현지 증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매각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 매각설은 지난해에 불거졌다가 삼성생명이 지난 1월 삼성증권 주식을 사들이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 삼성증권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대형증권사뿐 아니라 몸집 불리기를 추진하는 중대형 증권사들이 많다”며 “삼성증권이 인수합병시장에 나온다면 증권업계에 다시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