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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 인수심사 장기화, SK텔레콤 속 탄다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6-03-27 10: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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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헬로비전 인수심사 장기화, SK텔레콤 속 탄다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결정할 정부기관의 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미디어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를 앞당기려고 하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인수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시민단체들도 동조하고 있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SK텔레콤은 더욱 속이 탄다.

◆ 늦어지는 인수심사, SK텔레콤 노심초사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적격성 심사기간이 애초 예상을 넘어 장기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만큼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1일에 정부기관에 인수신청서를 접수했다. 과거 통신사가 주도하는 인수합병 계획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통상 60일을 넘기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애초 2월 안에 심사를 통과한 뒤 CJ헬로비전 인수작업을 마무리 짓고 4월1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한다는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는 4월까지 진행될 공산도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미래부도 확실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여부 심사는 국내 방송통신기업의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 가장 길게 진행되고 있다”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기일인 4월1일 두 회사의 합병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진단했다.

◆ 인수반대 목소리 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SK텔레콤과 경쟁관계인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SK텔레콤의 인수계획이 나온 직후부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J헬로비전 인수심사 장기화, SK텔레콤 속 탄다  
▲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과 임헌문 KT 매스총괄 부사장.
KT 임헌문 매스총괄과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등 수뇌부가 직접 나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시도를 비판했다. 두 회사는 최근 20개 국내 일간지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의 부당함을 설명하는 광고문도 공동으로 실었다.

방송업계와 시민단체도 ‘인수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축이 된 한국방송협회는 2월17일에 미래부에 인수합병을 승인하면 안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인 방송통신실천행동은 2월15일에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부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허가에 반대하는 방송통신실천행동 의견서’를 냈다.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통신시장에 이어 방송미디어시장에서도 SK텔레콤 계열의 독과점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흡수하게 되면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30%로 높아져 1위에 오른다. 방송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고객을 합하면 KT 턱밑까지 쫒아가는 2위 사업자로 부상한다.

SK텔레콤의 몸집이 너무 커지게 되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호주의 경우 2013년에 통신사간 합병으로 사업자가 감소한 뒤 이동통신 요금이 평균 28% 인상됐다”며 “알뜰폰과 케이블TV 경쟁력이 있는 CJ헬로비전을 제거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연계한 결합상품 판매에서 날개를 달게 돼 시장이 SK텔레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내놓은 ‘2015년도 통신 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시장점유율은 50.1%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400만 CJ헬로비전 회원을 결합상품 잠재고객으로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 SK텔레콤, 여론 돌리기 안간힘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시장의 공정경쟁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국내 방송미디어사업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부정적 여론을 진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5년간 5조5천억 원을 방송미디어시장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콘텐츠 생산자를 비롯한 방송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상생을 도모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과 합병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SK브로드밴드도 올해부터 3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유료방송 콘텐츠 다양화와 생태계 선순환 구조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 인수심사 장기화, SK텔레콤 속 탄다  
▲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부사장.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부사장은 “펀드 조성으로 역동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합병법인은 이번 투자를 통해 더욱 많은 고객의 관심과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콘텐츠의 종류를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인수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명분쌓기에도 공을 들인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국내 콘텐츠 생산자와 제작, 배급사의 해외진출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의 대형 미디어그룹과 연결고리도 제공해주겠다고 약속햇다.

◆ CJ헬로비전 인수 실패하면 SK텔레콤 치명타

SK텔레콤은 2018년까지 사업체질을 ‘플랫폼 사업자’로 바꾸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계획과 직결돼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K브로드밴드를 완전자회사로 삼은데 이어 올해 초부터 완전자회사인 SK플래닛의 사업을 분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각 자회사별로 미디어와 커머스, 온라인유통 등의 사업영역을 하나씩 맡겨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담당하는 방송미디어사업의 중요도가 높다. 시장의 규모가 커 수익성이 클 뿐더러 다른 사업과 방송미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J헬로비전 인수계획은 SK텔레콤이 세운 청사진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는 SK텔레콤의 글로벌 진출전략과도 연결된다.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되면 SK텔레콤이 받을 타격은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방송미디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으로 바뀔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 방송미디어분야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콘텐츠와 유통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을 터인데 만약 인수계획이 무산되면 SK텔레콤이 세운 방송미디어사업 계획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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