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삼성SDS를 부당하게 지원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8일 열리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 자문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다.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금융위원회는 대체로 그 결정을 따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5년 계열사인 삼성SDS와 1561억 원 규모의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 도입 용역을 맺었다.
하지만 용역은 반 년가량 지연돼 완료됐는데 삼성생명은 150억 원으로 추정되는 지연배상금을 삼성SDS에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삼성SDS 부당지원 등을 이유로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앞서 열린 첫 번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문제와 관련해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주는 해석을 내렸다.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의사의 자문 없는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은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동안 삼성생명이 해왔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암 입원보험금 청구를 부당하게 지급거절한 것이 아니라 자체기준에 따라 암 치료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대법원도 지난해 9월 이정자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공동대표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입원비 청구소송의 상고를 놓고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므로 약관에 따른 암 입원비 지급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은 삼성SDS 부당지원 논란을 놓고 그동안 계약상으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지연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만약 이번에 열리는 두 번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 삼성생명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다면 제재대상 안건 두 건 모두 삼성생명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에서 제재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제재가 완화되면 전영묵 사장은 신사업 진출에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 의결에서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1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 사장은 다른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신청하고 사업 준비가 한창일 때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며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가 삼성생명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본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제재안건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구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9월 보도자료를 통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제재처분을 함에 있어 제재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잘못된 법령해석과 법리적용 등이 있는지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적 이슈가 있어서 저희가 더 보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특정회사에 편견을 지니는 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과 비슷한 한화생명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례를 놓고 기관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한화생명은 2015년 한화생명이 보유한 63빌딩에 계열사인 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점시키면서 80억 원 규모의 금전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며 기관경고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삼성생명 징계안을 심의하고 있다. 안건소위원회를 여섯 차례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안건소위원회에서 구체적 제재안이 검토되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여하는 정례회의에서 제재안이 최종 의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