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소액주주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홍이표씨가 6일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KDB산업은행이 이익만 생각하고 HMM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시중은행과 다를 게 무엇인가.”
HMM 소액주주가 산업은행을 향해 투자금 회수보다 경영 정상화에 따른 주가부양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HMM 소액주주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홍이표씨는 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진행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국책은행이라면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산업은행에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겠다며 9월27일부터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비가 왔음에도 홍씨는 비옷을 입은 채로 목소리를 냈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6월에도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HMM 최대주주에 올랐다.
HMM은 올해 해운운임 상승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가는 종가를 기준으로 5월27일 5만6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6일에는 4월13일(2만9900원) 뒤로 5개월 여만에 3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HMM 주주동호회는 HMM 소액주주 관련 인터넷 카페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7일 기준으로 회원 수가 8100여 명에 이른다. 1일까지만 해도 6600명 정도였는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사이 1500명 이상이 가입했다.
홍씨는 이곳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HMM 소액주주들과 소통하며 의결권 모집 등을 추진하고 있다.
- HMM 소액주주들이 산업은행에게 품는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책임감은 저버린 채 계속해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아무래도 가장 크다.
산업은행은 6월에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보통주 6천만 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최근 HMM 주가가 많이 떨어진 점을 반영하더라도 2조 원 가까운 돈을 챙긴 셈이다.
물론 전환청구권 행사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라면 회사의 정상화를 우선으로 생각해 일부는 현금으로 상환받아도 됐을 일이라고 본다.
이동걸 회장이 ‘배임이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논리를 앞세워 6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을 놓고 납득하지 못하는 소액주주들이 많다.
일반 시중은행은 돈을 버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국책은행은 어려워진 회사를 돕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두지 않냐. 산업은행이 이익만 생각한다면 시중은행과 다를 게 없다고 본다.”
-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에 면담을 요청했다고 들었다. 이유는?
“배재훈 대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산업은행에 영구채를 현금으로 상환해달라는 요구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산업은행의 판단과 결정들이 항상 HMM에 도움이 됐던 건 아니다. HMM 이익을 위해서는 대표든 누구든 적극적으로 산업은행에 목소리를 내고 요구를 해야 하는데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 아니냐.
HMM은 주인이 없으니 아무도 주가에 신경도 쓰지 않고 이를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주주들이 많이 답답해하고 있다.
터놓고 말해서 배재훈 대표를 만나면 ‘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으면서 산업은행에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진심으로 묻고 싶다. 2017년부터 현대상선(현 HMM) 주주로 있으면서 긴 시간 지켜봤는데 이제 내게는 배재훈 대표를 향한 신뢰가 남아 있지 않다.”
-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다. 목표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산업은행이든 누구든 대주주들이 맘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HMM 임시 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된다면 관련 안건을 상정할 것이다.
우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지분 3%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상법 제366조 수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닌 주주는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의 이유를 적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이사회에 제출해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일단 500여 명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주주 권리 행사를 위해 주식을 위임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90% 넘는 응답자가 참여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의결권을 모으려면 변호사 선임 등이 필요한데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추진하려 한다.”
- 국정감사에서 관련 논의를 확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과도 만나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동안 카페를 통해 HMM이나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관련 제보를 받았고 어느 정도 자료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정감사에서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몇몇 국회의원들과 만났다.
아직 자료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힘들고 국회의원들과도 얘기를 진행하는 단계이지만 만일 국정감사에서 논의가 되지 못한다면 따로 기자회견을 해서라도 이를 밝힌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