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 행장이 중소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 디지털플랫폼을 개발해 금융상품 추천과 경영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 은행장은 소매금융에서 성과를 낸 플랫폼 기반 사업전략을 기업금융분야까지 확대해 중소기업 대상 영업을 강화하며 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악영향을 넘으려 하고 있다.
 
신한은행 중소기업 전용 디지털플랫폼 개발, 진옥동 가계대출규제 방어

진옥동 신한은행장.


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고객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여러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금융 및 경영관리 플랫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선보이려 하는 새 플랫폼은 중소기업 고객에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맞춤형 금융 솔루션 및 경영관리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추진되고 있다.

중소기업고객이 금융업무뿐 아니라 경영관리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고 경쟁력을 확보한 뒤 중장기적으로 기업금융상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 은행장은 소매금융분야에서 모바일앱 등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영업망과 잠재고객 기반을 강화했던 성과를 기업금융에서도 재현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고객 대상 모바일앱 ‘쏠’에 자산관리와 금융상품 추천, 야구경기 정보를 포함한 생활 콘텐츠 등 서비스를 추가해 플랫폼 활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쏠 모바일앱은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재 1300만 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연말에는 음식배달과 같은 생활서비스도 추가로 도입해 고객 모집효과를 노리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진 은행장은 이처럼 여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모바일앱을 꾸준히 이용하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비대면 금융상품 가입도 유도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기반 영업에 좋은 성과를 넸다.

이번에 개발하는 새 플랫폼은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형태로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고객이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끌어들인 뒤 여러 기업금융상품을 추천하고 공급하는 영업방식을 구현한다.

신한은행은 플랫폼 강화를 위해 경영관리 솔루션 전문업체인 더존비즈온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723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까지 결정하며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업 경영관리 플랫폼 경쟁력을 인정받는 더존비즈온의 서비스와 신한은행에서 제공하는 기업금융서비스를 연계한다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더존비즈온과 협력으로 새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혁신적 사업모델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며 “중소기업 고객에 특화한 서비스를 개발해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진 은행장이 이처럼 중소기업고객 공략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분간 소매금융분야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 해소를 최우선과제로 제시하고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출규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 이후까지 강경한 대출규제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만큼 신한은행도 주요 수익원으로 삼던 개인대출부문에서 성장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반면 중소기업 대상 대출공급은 정부가 혁신금융 및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전망이 밝은 분야로 꼽힌다.

진 은행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 대출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경쟁 은행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내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을 앞세우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말 기준 신한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조1186억 원으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진 행장이 이전부터 중소기업 고객을 공략하는 데 집중해 온 만큼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업을 확대할 때 기존에 확보한 폭넓은 고객기반과 영업경험을 장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중소기업 대상 영업을 확대하는 것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대상 대출은 전국에 넓은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이나 특정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지방은행들이 강점을 갖추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영업망 접근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디지털플랫폼을 구축하고 비대면으로 다양한 중소기업 대상 금융상품을 제공한다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중소기업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전용 비대면 금융상품 종류를 확대하는 동시에 데이터 분석을 통한 기업 신용평가모델 개발, 임직원 대상 금융상품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진 은행장은 올해 초부터 더존비즈온과 플랫폼 기반 신사업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올해 안에 이런 사업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