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본입찰 마감이 임박하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에 깊이 관여해온 산업은행이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 매각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은 15일 본입찰을 위한 인수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해운건설업 기반 대기업인 SM그룹과 전기차 제조 중소기업 에디슨모터스 2파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 인수기업이 갖춰야 할 조건을 한번 더 강조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중이기는 하지만 향후 회생을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이 회장이 제시한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 최종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 회장은 1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본입찰과 관련해 법원이 진행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제대로 된 사업주체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가져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철수부터 이후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유치 실패 등으로 곤란을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책임있는 경영주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집단으로서 사업능력과 자금역량을 모두 갖춘 SM그룹이 이 회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기업 매각을 진행하며 대기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싣는다.
SM그룹은 과거 법정관리 중이던 대한해운과 한진해운 미주 노선(현 SM상선)을 인수해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대한해운 인수 때는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산업은행과 좋은 기억도 있다.
이 회장이 평택 공장의 부동산 개발차익을 노린 쌍용차 ‘먹튀’ 우려를 반박한 점도 SM그룹에 긍정적이다. SM그룹은 다수의 건설사를 거느리고 있어 쌍용차 본업이 아닌 평택 공장 부지 개발을 노리고 인수를 추진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 회장은 “공장 이전 계획부터 실행까지 7~8년은 걸리는 데다 용도변경이 쉽지 않다”며 “부지 개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기 우려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부동산 개발차익 논란이 쌍용차 인수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SM그룹에 유리한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에디슨모터스로서는
이동걸 회장이 언급한 산업은행의 임무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주목적은 구조조정이 아닌 신산업과 혁신산업 지원이라고 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구조조정만 하는 은행이 아니라 혁신산업과 신산업을 만드는 기관이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산업 구조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음을 들어 새로운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기존 산업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인수 이후 전기차업체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인수주체로서 에디슨모터스가 강점을 지닐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전 참가자들과 산업은행의 관계 속에서 에디슨모터스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디슨모터스는 재무적투자자 중 하나로 KCGI(강성부펀드)와 손잡았는데 KCGI는 한진칼 2대주주이기도 하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면 KCGI가 자금조달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커진다.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원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KCGI가 주요주주에서 제외된다면 잠재적 갈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칼 주주인 KCGI를 의식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KCGI와도 협력하겠다”면서도 “KCGI가 자금을 회수할 의지를 표현한 보도를 봤는데 그렇다면 만남은 불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SM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면 산업은행이 아쉬운 점이 생길 수 있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HMM의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이 쌍용차 투자에 나서면 해운업 투자여력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HMM 매각과 관련해 진행하는 사안은 없지만 구조조정이 달성되면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향후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서 보유지분의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