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벌어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수를 놓고 있다. (사진=구글 제공) |
흑으로 이겨보겠다던 이세돌 9단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벌어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제 5국에서 이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막판 투혼을 발휘했지만 집차이가 줄어들지 않자 결국 280수 만에 돌을 거뒀다.
이 9단이 비록 패했지만 이날 대국은 흑백 모두 최선을 다한 ‘명국’이었다.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이날 “알파고와 대결한 5국 중 가장 이세돌다운 바둑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9단은 대국 초반 우하 일대에 큰 집을 만들며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선실리, 후타개’ 작전으로 마지막 5국의 주도권을 잡아 나간다는 구상이었다.
알파고는 실리를 내주는 대신 중앙과 상변 일대에 두터운 백세력을 형성하며 이 9단의 실리에 맞섰다.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흑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중앙 접전에서 이 9단은 백돌 가운데 끼워넣는 수를 두지 않고 그냥 튼튼히 늘어 두었는데 국후 완착으로 지적됐다.
바둑이 끝난 뒤 복기 과정에서도 이 9단은 이곳을 지목했는데 좀더 강력하게 두지 못하고 물러선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승부의 추가 알파고 쪽으로 기운 것은 좌중앙 일대 접전에서 흑백 간 바꿔치기가 이뤄지면서부터다.
유창혁 9단은 “워낙 큰 바꿔치기가 이뤄져 어느 쪽이 더 큰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바꿔치기로 알파고는 승세를 완전히 잡았다.
이후 세불리를 느낀 이 9단이 혼신의 추격에 나섰지만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로 무장한 알파고의 치밀한 계산력을 뛰어넘지 못했다.
끝까지 계가를 했으면 약 2~3집 정도 차이였지만 이 9단은 280수에서 돌을 거두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이 9단은 기자회견장에서 “무엇보다 이번 챌린지 매치가 끝나게 돼서 아쉽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초반은 솔직히 제가 조금이라도 좋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나의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 9단은 알파고가 자신보다 상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실력적으로 볼때 알파고가 나보다 상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은 충분히 해 볼만 한 상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알파고가 집중력이나 심리적인 요인 등 ‘실력 외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상대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