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카카오 계열사 기업공개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는 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융 업무 특성상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계열사 상장 등을 따내는 데 보탬이 될 수도 있는데 카카오그룹이 잇따라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주관 놓쳐, 카카오와 인연 못 맺어


미래에셋증권 로고.



26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3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본격적으로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작업에 돌입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후보에 들지 못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상장주관을 맡고 있는데 쏘카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영역에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주관사 후보에서 배제된 것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서비스 카카오T로 잘 알려진 회사로 최근에는 대리운전, 주차장 검색, 중고차시세정보, 자동차 정비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동안 카카오 계열사의 기업공개와 인연을 맺지 못해온 만큼 카카오모빌리티 주관사 경쟁에 나서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클 수 있다. 

카카오 계열회사가 그동안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선정했던 주관사를 살펴보면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카카오뱅크는 KB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아직 상장을 마무리하지 않은 카카오페이는 삼성증권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주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공개 주관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빅3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카카오그룹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빅3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카카오그룹의 기업공개를 각각 1건은 마무리하고 1건은 대기 중인 점도 '기업공개 강자'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의 협력관계가 기업공개 주관사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는 2017년 지분 상호교환을 통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지분 1.71%를,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 지분 7.41%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의 핀테크 계열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국내 대표 빅테크기업으로 꼽히며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카카오 계열사의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우려와 달리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을 배제하지 않고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기도 했던 만큼 이런 설명이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주관사 선정절차에 착수한 카카오모빌리티 외에 카카오그룹 내에서 카카오VX,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커머스 등도 기업공개를 추진할 다음 주자로 기대받고 있다.

카카오 기업집단에는 국내에만 120곳에 이르는 계열회사가 포함됐는데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등 상장사를 제외하면 110여 곳이 모두 비상장사다. 

비상장사가 모두 기업공개를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예비주자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카카오모빌리티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예비주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에게도 카카오그룹과 손발을 맞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가 최대 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고 공모규모도 조 단위는 거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조 단위 공모규모의 대어급 주자로 예상되는 만큼 주관사는 든든한 상장주관실적을 쌓을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8월 카카오의 스마트모빌리티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2020년에 매출 2800억 원, 영업손실 129억 원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