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태원 SK그룹 회장. |
국세청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내연녀 김모(41)씨의 고급아파트 매매와 관련해 탈세를 확인하기 위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싱가포르에 있는 SK그룹 해외 계열사인 버가야인터내셔널이 김씨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김씨의 아파트 매입자금 조성과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운영 과정 등 전반적 탈세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씨의 아파트 매입자금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최 회장의 내연녀인 김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2008년 SK건설이 건립한 서울 반포동 소재 고급 아파트(전용면적 243㎡)를 15억5천만원에 분양받은 뒤 2010년 버가야인터내셔널에 24억원에 되팔아 8억5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재미블로거 안치용씨가 이런 사실을 처음 전하자 금융감독원이 1월 김씨와 버가야인터내셔널 측이 거래 과정에서 외국환거래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SK 측은 ‘내연녀 지원’ 의혹과 관련해 버가야인터내셔널이 김씨로부터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부동산시장이 활황이어서 시세대로 사들였을 뿐 김씨에게 특혜를 준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K 측은 또 금융당국에 외국환 거래를 신고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재외동포나 해외법인 같은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때 한국은행에 해당 금액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은 SK그룹이 2010년 2월에 설립한 싱가포르 현지법인인데 설립 한달 만에 한 첫 사업이 최 회장의 내연녀 아파트 구입이었다.
SK그룹은 위법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최 회장이 18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다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금감원에 이어 국세청의 조사까지 받게 되자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국세청은 2월25일에도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 70여명을 서울 종로구에 있는 SK해운 본사에 사전 예고 없이 투입해 SK 측은 긴장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이번 수사가 궁극적으로 최 회장으로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씨에 대한 계좌추적 등 자금 흐름을 조사하다 보면 최 회장과 자금 거래 내역 등이 나올 수도 있어 국세청의 칼끝이 최 회장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국세청 조사까지 나오니 참 난감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조세회피처에 가장 많은 역외법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SK그룹은 2015년 현재 조시회피처에 69개의 역외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역외법인 상당수가 석연치 않게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확인된 18개 법인에서만 지난해에 62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