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현대자동차를 턱밑까지 추격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기아차보다 월등한 판매실적을 올리며 맏형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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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기아차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실시한 유럽 자동차 소유 만족도 조사(VOSS)에서 현대차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JD파워는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 신차를 구입한 영국과 독일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평가항목은 차량성능과 디자인, 유지비, 품질 신뢰성, 서비스 만족도 등 네 가지다.
기아차는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천점 만점에 778점을 받아 만족도 종합 순위 9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770점을 받아 15위에 그쳤다. 특히 현대차가 받은 점수는 평균 점수인 772점보다 낮았다.
독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790점을 받아 10위에, 현대차는 769점을 받아 22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평균 점수인 788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현대차는 크게 못 미쳤다.
기아차는 차급별로 만족도가 높은 차종 세 개를 선정하는 평가에서도 선전이 두드러졌다.
기아차는 영국에서 콤팩트 스포유틸리티(SUV) 부문 3위에 스포티지, 소형 다목적차량(MPV) 부문 1위에 벤자 등 두 개 차종이 선정됐다. 독일에서도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 부문 3위에 스포티지, 콤팩트카 부문 2위에 씨드, 소형차 부문 3위에 리오 등 세 개 차종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현대차는 영국에서 도시형 차량부문 2위에 i10 단 한 종만 선정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JD파워가 실시한 조사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친다”며 “조사결과는 향후 기아차의 현지판매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D파워의 조사 결과는 유럽 시장에서 기아차의 현대차 추격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올해 유럽시장에서 견조한 판매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기아차의 올해 1~4월 누적 유럽 판매량은 12만734대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6% 늘었다. 반면 현대차의 같은 기간 동안 1.6% 감소한 14만4556대를 팔았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기아차와 현대차의 명암은 더욱 극명해진다.
기아차는 4월 유럽시장에서 지난해 4월보다 4.3% 증가한 3만1476대를 팔았다. 유럽 전체 판매성장률인 4.2%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는 4월 유럽 시장에서 4.1% 감소한 3만5296대를 파는 데 그쳤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판매량 차이가 4천 대 미만으로 좁혀진 것이다.
기아차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현대차를 거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기아차의 올해 1~5월 누적 미국 판매량은 24만676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제자리걸음 수준이 29만7027대였다.
더욱이 기아차의 5월 판매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를 따라잡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5월 판매성장률은 각각 15%, 6%로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