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공모주 청약에서 5조 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저조했다.
크래프톤은 증권사별 균등배분 중복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꼽혔지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청약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 서울 한 증권사 영업점에 설치된 크래프톤 공모주 일반 청약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크래프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는 모두 5조358억 원의 청약증거금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복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천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천억 원)뿐만 아니라 중복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58조3천억 원)의 청약증거금 규모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은 미래에셋증권에 2조6111억 원의 청약증거금이 모였다. NH투자증권은 1조4412억 원, 삼성증권은 1조3335억 원이었다.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최종경쟁률은 7.79대 1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9.5대 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삼성증권 6.88대 1, NH투자증권 6.71대 1 순이었다.
최종경쟁률도 카카오뱅크(182.7대 1), SK아이이테크놀로지(288.2대 1), SK바이오사이언스(335.36대 1) 등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청약건수는 3개 증권사를 합해 모두 29만6539건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이 11만7108건, NH투자증권은 9만4363건, 삼성증권은 8만5068건으로 모두 균등 물량을 초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소 단위인 10주 이상을 청약한 모든 청약자가 균등 배정분을 받게 됐다.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 부진은 공모가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아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초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를 기존 45만8천~55만7천 원에서 40만~49만8천 원으로 10%정도 낮췄다.
이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43.15대 1의 경쟁률에 그쳤지만 희망밴드 최상단인 49만8천 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다.
또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일부가 공모가 하단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한 점, 의무보유 확약비율이 22%에 불과한 점 등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일반투자자들이 청약을 넣기에 진입장벽이 높았다는 시선도 나온다.
크래프톤 공모가는 49만8천 원으로 청약에 필요한 증거금은 최소 249만 원이다. 크래프톤 공모금액은 4조3098억 원으로 역대 2위 규모다.
증권사 3곳에 모두 청약을 넣으려면 최소 747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비싼 공모가가 소액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크래프톤과 같은 2~3일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채용 플랫폼기업 원티드랩은 청약경쟁률 1731대 1을 보이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원티드랩의 공모금액은 256억 원이다.
청약증거금도 5조5291억 원으로 오히려 크래프톤보다 많은 자금을 모았다.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이 부진하면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청약을 마무리한 크래프톤은 8월10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 기준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은 24조3512억 원이다. 3일 기준으로 게임주 1위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17조7828억 원)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