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는 인원감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미디어시장 상황에 대응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셋톱박스 콘텐츠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활로를 찾고 있다.
▲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이사.
29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인터넷TV사업자들은 점유율 경쟁을 일단락하고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는 2020년에 이어 올해도 매각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딜라이브는 2020년 11월 예비입찰을 진행해 KT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지만 그 뒤 매각작업은 진전된 내용 없이 흐지부지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KT가 우선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2020년 인수한 현대HCN 기업결합 과정을 마무리한 뒤 딜라이브 추가 인수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KT의 미디어사업 행보를 보면 이런 분석도 힘을 잃고 있다.
KT는 8월1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다. KT는 시즌 분사를 계기로 모바일 플랫폼과 콘텐츠 경쟁력 키우기에 더욱 힘을 싣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이미 올해 1월 콘텐츠 통합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만들면서 콘텐츠 제작부문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KT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과 함께 사들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공급회사 현대미디어 인수주체도 KT스튜디오지니로 변경하며 콘텐츠 역량 키우기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렇게 KT가 미디어콘텐츠부문에서 새롭게 벌이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자금부분에서도, 우선순위 측면에서도 딜라이브 인수는 뒷전으로 밀려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케이블TV기업을 인수할 만한 후보자는 인터넷TV사업을 하고 있는 이통사들이다.
케이블TV가 놓인 사업환경과 앞으로 전망을 볼 때 재무적투자자의 관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다.
딜라이브는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등에 이어 케이블TV업계 3위 기업이지만 매각시장에서는 KT 등 원매자들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통사들의 발길이 콘텐츠 투자로 돌아선 것이다.
SK텔레콤, KT 등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해뒀고 LG유플러스도 키즈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등에 지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3월 그룹 미디어콘텐츠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딜라이브 인수는 진행사항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도 앞서 6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블TV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양적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우선순위를 낮게 두고 있다”며 “케이블TV 인수 등은 시장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자원을 투입할 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와 사업제휴에 이통3사가 치열한 구애를 펼쳤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딜라이브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딜라이브는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전체 인력의 6%가량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같은 시기인 6월 말 영화, 드라마 유료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인 ‘무비ON’과 무료 콘텐츠 위주로 제공하던 ‘딜라이브i’를 통합해 ‘딜라이브ON’도 론칭하고 OTT 셋톱박스 콘텐츠 강화에도 힘을 실고 있다.
딜라이브는 특히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셋톱박스사업으로 본업인 케이블TV사업의 하락세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을 키워 매각이 성사될 때까지 버틸 체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들은 딜라이브의 매물로서 매력을 높이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셋톱박스는 TV에 연결해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모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다.
딜라이브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미디어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집 안에서 큰 화면의 TV로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수요도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또 온라인동영상 셋톱박스는 가격, 편리함 등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들을 기본적으로 탑재한 스마트TV의 대체재로도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셋톱박스 OTTv를 내놓은 뒤 넷플릭스와 계약도 성사시켰다. 그 뒤 꾸준히 사업을 운영해 왔고 최근 콘텐츠 수급과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딜라이브는 최근 론칭한 딜라이브ON 서비스를 통해 장르별 최신 영화를 비롯해 극장동시개봉영화, 최초개봉영화 등을 제공한다. 중국 일본 등 해외 콘텐츠도 1만3천여 편 구비했다.
콘텐츠 사용환경도 개선했다. 콘텐츠 이어보기, 구간별 썸네일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콘텐츠 유료결제 인증절차 등도 간편화했다.
딜라이브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포인트 제도, 묶음상품, 월정액서비스, 검색기능을 고도화해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딜라이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셋톱박스는 누적 판매량 55만 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며 “딜라이브ON 서비스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셋톱박스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면서 딜라이브 OTTv의 사업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