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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려 10시간 18분에 걸쳐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펼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
테러방지법 제정안 표결 저지를 위해 야당 의원들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필리버스터가 이뤄지는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이 시민들로 ‘만원’을 이룬 가운데 필리버스터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여주는 ‘민주주의 학교’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필리버스터 엿새째인 28일 국회 본청에는 방청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0~20대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방청객들이 특히 많았다.
방청석은 300명이 수용 가능한데 27일 662명이 입장한 데 이어 28일에는 1천 명가량의 시민들이 몰렸다. 본회의장의 텅빈 의원석과 대조적이었다.
국회 경호기획관실 관계자는 “방청객이 주중에 단체로 오는 경우는 흔했지만 주말에 개인들이 이렇게 많이 찾는 것은 매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국회를 방문한 한 여성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테러방지법이 뭔지도 몰랐는데 은수미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TV로 보고 지금까지 방관한 것을 반성하게 됐다”며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 문도 닫고 방청을 신청했는데 현장에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나왔다.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강원 동해•삼척)은 27일 “SNS에서 필피버스터를 방청한 지역구 여고생 2명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열정을 보니 지역 미래가 기대된다”고 올렸다.
인터넷에서는 주말 내내 필리버스터가 ‘핫이슈’였다.
SNS에는 ‘정치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몰랐다’‘축제처럼 즐기고 소통하는 이 모습이 바로 정치의 본질 아닌가’등 시청평이 줄을 이었다. 필리버스터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냈다’는 사연도 올라왔다.
필리버스터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필리버스트 투데이(www.filibuster.today) 사이트는 25일 개설 후 3일 만에 방문자 수가 27만 명을 넘어섰다. 필리버스터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개설된 필리버스터 릴레이(www.filibuster.me) 사이트에 글을 남긴 누리꾼도 3만5천여명에 이른다.
필리버스터를 중계가는 국회방송도 때아닌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 집계기관인 TNMS가 28일 수도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시청률을 보면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기 전인 22일 0.014%였던 국회방송의 일일 시청률은 필리버스터 닷새째인 27일 20배 이상 상승한 0.283%를 기록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 등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하는 팩트TV도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접속자 수가 누적 18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국내의 인터넷 환경과 맞물려 시민들의 정치 참여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필리버스터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젊은층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 섰다”며 “여기에 현장 방문을 인증하고 싶어하는 SNS 문화가 결합되면서 ‘민주주의 학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