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규 서진시스템 경영총괄 사장이 에너지저장장치(ESS)부품사업을 신사업으로 키워온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진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부품부문은 올해 들어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장비부품과 함께 회사의 실적 증가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서진시스템은 올해 2분기에도 1분기에 이어 실적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전체 실적 전망치로 살펴봐도 매출은 2020년의 2배, 영입이익은 13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코로나19 악재로 국내와 해외 5G통신 투자가 지연되면서 입은 타격에서 회복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실적에 날개를 다는 모습이다.
서진시스템 실적 반등의 1등 공신은 에너지저장장치부품사업이다.
서진시스템은 알루미늄 등을 주요 원재료로 각종 금속케이스를 생산하는 기업인데 자회사 텍슨을 통해 에너지저장장치부품을 삼성SDI 등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신규거래선을 확보해 에너지저장장치부품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납품하면서 매출이 무서운 기세로 뛰어오르고 있다.
전 사장이 소형중계기 등 통신장비부품, 핸드폰 케이스 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어온 결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는 특정시간에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한 뒤 전기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인 전력 생산량의 불균형을 해결해줘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에 꼭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서진시스템은 에너지저장장치 가운데 배터리를 제외한 부분의 각종 부품을 납품한다. 서진시스템은 컨테이너박스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선반,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 컨트롤 패널(BCP) 등 에너지저장시스템 케이스와 구동장치 등을 제조·공급하고 있다.
증권가는 서진시스템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친환경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 강화를 타고 올해 에너지저장장치부품사업 매출 급증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진시스템 내부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부품부문 실적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서진시스템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부품사업에서 새로운 거래처 확보로 1분기부터 베트남 생산라인이 바쁘게 가동됐고 이런 기조가 연말까지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시스템은 2020년만 해도 에너지저장장치부품부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강도 높은 친환경에너지정책 기조를 보이면서 서진시스템의 에너지저장장치부품사업도 물을 만났다.
당장 2021년 1분기 전체 연결실적에서 서진시스템의 에너지저장장치부품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5%로 뛰어올라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장비부품 매출(24.4%)을 넘어섰다.
1분기 통신장비부품 매출도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0% 늘어나며 호조를 보였는데 에너지저장장치부품 매출은 무려 341% 급증했다.
서진시스템은 2분기에도 에너지저장장치부품부문 매출이 1분기와 비교해 소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고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사장은 2017년 서진시스템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알루미늄소재 가공분야 기술력을 살려 에너지저장장치,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사업부문을 확대해 종합 메탈 플랫폼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뒤 통신장비부품과 핸드폰부품 외 에너지저장장치, 반도체장비부품 등 신사업분야 확대에 힘써왔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부품부문에서는 국내업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2018년 베트남에 생산라인을 구축해 대량양산체제를 갖추는 뚝심을 보였다.
태양광발전시스템, 해상풍력발전단지 등에 필수인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이제 본격적 성장을 시작한 시장이다. 앞으로 시장의 잠재력이 더욱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 규모는 2019년 11.1GWh에서 2021년 29.5GWh로 2배 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앞으로 5년 동안 한 해 평균 시장 성장률이 54%를 보이며 2025년에는 현재의 약 9배 수준인 55.3GWh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전 사장은 1970년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생업에 뛰어들어 25살의 나이에 서진시스템의 전신인 ‘서진테크’를 창업했다.
그 뒤 개인 휴대전화시대를 맞아 휴대폰 메탈케이스 제조 등으로 일감을 늘려 2007년에는 서진시스템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법인으로 전환했다. 전 사장은 서진시스템 지분 약 30%를 쥔 최대주주다.
서진시스템은 2019년에도 여전히 통신장비부품과 핸드폰부품부문 매출비중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통신장비산업분야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었다. 에너지저장장치부품과 반도체장비부품 매출 비중은 각각 6.6%, 4.7%로 한 자릿수였다.
전 사장은 꾸준한 사업 다각화 노력으로 2021년 1분기 기준 통신장비부품과 핸드폰부품부문 매출 비중을 34.7%까지 낮췄고 에너지저장장치부품은 26.5%, 반도체 식각장비 구조물 등 반도체장비부품은 10.5%까지 키웠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진시스템은 에너지저장장치부품사업에서 글로벌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며 “우호적 시장 환경과 글로벌 선두 고객사를 중심으로 본격적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도 “서진시스템의 ‘히든챔피언’은 에너지저장장치와 반도체부품부문”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