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LIG손해보험 인수전 막판에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그룹은 본입찰 이후 진행된 경매호가식 재협상 과정에서 최고가를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시 되고 있다.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의 전략이 먹혀 든 셈인데 일부에서 과도한 가격인상 부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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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LIG손해보험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더 가격 협상에 나선 뒤 이번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 두 곳을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본입찰을 종료한 뒤 인수 후보들이 돌아가며 인수 가격을 제시하는 경매호가식 재협상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은 재협상 과정에서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본입찰에서 5천억 원대를 제시했지만 재협상 과정에서 6500억 원으로 값을 높여 인수 후보들 중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5년 동안 기존 LIG손보 임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조건까지 덧붙였다.
동양생명과 KB금융도 재협상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높였다. 하지만 두 회사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6천억 원대로 롯데그룹이 제시한 가격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도 인수의지가 강해 재협상 과정에서 상향된 가격을 제안한 만큼 롯데그룹과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후보는 재협상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두 회사에 9일까지 수정제안을 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이 부당대출,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조치를 받게 될 경우 동양생명이 나머지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LIG손보 인수전은 막바지에 이르러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시장 예측을 넘어서 LIG그룹이 애초 상정했던 가격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LIG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LIG손보 지분(21%)의 시장가는 3700억 원 가량인데 LIG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천억 원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했다.
LIG손보 인수가격이 치솟은 데 골드만삭스가 경매호가식 입찰 절차를 도입한 덕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기업매각 과정에서도 경매호가식 입찰방식을 도입해 매각가격을 크게 높였다. 경매호가식 입찰은 양자 협상능력이 뛰어난 골드만삭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에 ‘골드만 옥션’으로도 불렸다.
골드만삭스와 LIG그룹 입장에서 인수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그러나 매각자의 가격인상 부추기가 계속되면서 인수 후보는 재협상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상향해 제안했다 하더라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선협상대상자 물망에 오른 인수 후보들은 본입찰 이후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은 자베즈파트너스와 중국 푸싱그룹 등이 재협상 과정에서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
거래 관계자는 “거래는 사실상 롯데의 승리로 끝났지만 마지막 가격상향 가능성을 두고 구자원 회장과 골드만삭스가 추가 입찰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찰경쟁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과정에서 기업 평판이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2012년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에서 매각주관사로 선정됐다. 골드만삭스는 당시에도 경쟁호가식 입찰방식을 도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력 인수 후보가 세 번 이상 바뀌면서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한편 임직원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