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이 금융당국의 대출 속도조절 주문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신규 가계대출 고삐를 더욱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6일부터 개인신용대출의 최고한도를 기존 2억5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낮춘다.
직장인대출과 전문직대출 등 고소득자 및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던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은행이 특정 대출의 한도를 낮추는 것은 높은 금리에도 많은 돈을 빌리려는 고객을 원천 봉쇄하기 때문에 금리 조정보다 더 강한 조절효과가 있다.
NH농협은행은 6월 중순부터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두 상품은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 연계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없애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또 NH농협은행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 줄이는 방법으로 금리도 조정했다.
NH농협은행이 연이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5.8%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권고한 올해 연간 증가율을 이미 상반기에 넘겼다.
NH농협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모기지신용보증 대출 중단효과가 빠르면 45일 안에 나타나기에 7월 말부터는 올해 초에 잡은 관리 목표대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은행에 내린 바 있다.
지난해 초저금리 환경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은행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올해 1∼2분기를 지나면서 금융당국의 은행 압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각국에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는 데다 이른바 '제로금리'시대가 종결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1~2차례 올릴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된다.
게다가 시장금리가 오르면 지금까지 상승곡선을 탔던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
무리한 대출로 키워놓은 자산 가격이 무너진다면 금융위기로 옮겨붙을 위험도 있다.
금융당국은 업계에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시중은행장과 간담회에서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영상회의에서 "버블이 끝없이 팽창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며 "부동산 등의 투자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은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을 맞추기 위해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1∼3%대로 조절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각종 대출 우대금리를 줄이고 고액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가계대출 총량 급증을 막았다.
또 이른바 '영끌' 수단으로 꼽히는 신용대출 적용금리도 더욱 높였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89%로 4월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연 3.65%에서 연 3.69%로 0.04%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들은 언제라도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추가 방안도 마련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