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계열사들이 데이터 전문기업과 손잡고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며 마이데이터사업 직접 진출의 우회로를 찾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다양한 신규서비스를 통해 모바일앱 등 디지털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자체 데이터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30일 BNK금융그룹에 따르면 8월부터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BNK캐피탈 모바일앱에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는 목표를 두고 관련된 기능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이 시행되는 8월에 맞춰 다른 금융회사들과 동시에 고객데이터를 활용한 자산관리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모바일앱 활용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BNK금융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사업을 통해 고객에 개인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디지털 영업채널 강화와 데이터기술 역량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 진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사업은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등에 있는 사용자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계열사는 모회사인 BNK금융지주가 주가조작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관련법에 따라 금융당국 승인이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재판이 언제 마무리될 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BNK금융의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시기가 경쟁 금융회사보다 크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BNK금융이 6월 초 웹케시그룹 계열 데이터 전문기업인 쿠콘과 마이데이터서비스 구축을 위한 제휴를 체결하면서 이런 우려를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 계열사가 직접 마이데이터사업에 진출하지 않아도 이미 예비허가를 받은 쿠콘의 서비스를 모바일앱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 마이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캐피탈 등은 앞으로 쿠콘 기술을 활용해 고객 자산조회와 관리, 소비분석, 신용관리와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은 다른 금융회사들도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BNK금융그룹이 경쟁사들에 뒤처지지 않고 쿠콘과 협력에 힘입어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행 초기 금융회사들의 서비스는 대부분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쟁력 차이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서비스는 당장 새 수익모델 구축과 실적 증가에 기여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대면 영업채널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금융시장에서 모바일앱 등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는 여러 기능을 도입하는 일이 핵심으로 꼽힌다.
BNK금융은 특히 지방금융그룹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에서 고객 확보를 추진하고 있어 시중은행 등 수도권 금융회사와 경쟁할 때 모바일앱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이 늦어진다면 디지털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쿠콘이 BNK금융과 마이데이터서비스 제공에 전적으로 협력을 약속하며 우회로를 찾게 됐다.
BNK금융은 쿠콘과 제휴로 금융과 비금융분야 마이데이터 부가서비스를 개발해 모바일앱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서비스범위도 확장해 종합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BNK금융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마이데이터서비스를 개발하는 대신 쿠콘과 협력하게 된 일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콘은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통신기관 등 국내외 2천여 곳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에 활용하는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와 분석기술 등을 갖추지 못한 금융회사가 자체개발해 내놓는 마이데이터서비스보다 쿠콘의 서비스가 분석 정확도와 활용성 등 측면에서 더 뛰어날 수도 있다.
다만 BNK금융 계열사가 쿠콘의 마이데이터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할 때 일정 수수료를 내야 하는 만큼 제휴서비스를 장기간 운영할수록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쿠콘과 마이데이터서비스 제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BNK금융이 서비스 측면에서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BNK금융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금융당국에서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올 것을 대비해 자체 마이데이터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BNK금융그룹은 올해 초 서울 강남구에 디지털센터 연구소를 열고 전문인력을 투입해 자체 데이터 분석기술과 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기술 연구개발을 본격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