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했지만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막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7.0원 오른 달러당 1234.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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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5년8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234.4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
그러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진화에 나섰다. 외환당국이 시장에 구두로 개입한 것은 2014년 7월2일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홍승제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날 공동 성명서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시장 안에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황 국장과 홍 국장은 “지나친 쏠림현상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1227.8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장을 마감할 때쯤 상승세로 돌아서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11일 1246.1원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럽의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생산량을 줄일 준비가 아직 안 됐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8일 1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이 의사록에서 통화정책회의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 이후 금융시장이 급등락하고 신흥국의 경제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져 유로존의 경제 위험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위성발사에 따른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달러 환율 급등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정보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안보상황 점검 긴급 당정협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한에 대한 테러 역량을 결집할 것을 정찰총국 등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이래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며칠 동안 원-달러 환율의 빠른 상승에는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예상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원화약세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