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유럽 부동산도 눈여겨 볼까?
9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유럽지역에서 부동산 시세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
영국의 금융기업인 네이션와이드빌딩소사이어티(NBS)에 따르면 올해 5월 영국의 평균 집값은 24만3천 파운드(약 3억8천만 원)로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0.9%(2만4천 파운드) 상승했다.
4월보다는 7.1% 상승해 2014년 8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전문분석기관인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의 최근 조사를 봐도 영국 런던 도심의 사무용빌딩 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4.3% 상승했고 파리 도심의 가격지수는 8.5% 올랐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려있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세계경제가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부터 점차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시세의 상승은 물론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유럽 부동산이 상승조짐을 보이자 국내 연기금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노랑우산공제 등에서는 해외 블라인드펀드를 통한 투자와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KB자산운용을 통해 해외부동산 블라인드펀드에 1억 파운드(약 1600억 원) 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해외 자산운용사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방향도 유럽 부동산을 향한 글로벌 투자시장의 움직임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독일계 보험사인 알리안츠(Allanzi)와 2조8천억 원 규모의 해외부동산 조인트벤처(JV)를 결성한 일은 특히 눈에 띈다.
알리안츠는 유럽 최대의 보험사로 특히 부동산부문에 99조 원 수준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와 관련해서는 세계 기관투자자 가운데 투자규모가 가장 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연기금인 APG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 아시아 지역의 실물자산에 공동투자를 시작하기도 했다.
APG는 운용자산 규모가 700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초대형 연기금이다.
국민연금은 APG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우량 부동산, 인프라 등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연금은 해외 대체투자 관련해서 투자규모를 늘리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대체투자 관련 조직을 자산군별로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사모투자실 등으로 세분화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각 실 아래 조직을 아시아팀, 미주팀, 유럽팀 등 지역별로 세분화했다.
대체투자의 결정과 관련해 4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통해 건당 규모가 5000만 달러(약 600억원) 이하로 작거나 공동 투자건이라면 소위원회를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규정을 정비하기도 했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2월 언론인터뷰에서 기금운용전략과 관련해 “지난해에 알리안츠, APG, 하인즈 등과 협업을 통해 해외 쪽에 플랫폼 설립을 많이 했다”며 “올해 기금운용에서는 해외 쪽을 관심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