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06-09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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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에 직무급제를 포함하면서 대형 공공기관에 처음으로 직무급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가 토지주택공사 개혁안에 직무급제를 포함한 것과 관련해 올해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에 놓인 기념비. <연합뉴스>
정부는 토지주택공사의 경영관리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로 개혁안에 직무급제 이행방안을 포함했다.
국토교통부는 “직무중심의 합리적 보수체계를 마련하고 나눠먹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성과급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책임과 강도,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지급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호봉제는 오래 일할수록 급여가 늘어나는 급여체계다.
간부직원과 일반직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게 되며 노동자 개인의 성과와 직무 숙련도, 난이도 등이 반영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고령화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에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먼저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도입을 독려하기 위해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에 점수를 더 주는 ‘당근책’을 제시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여러 공공기관들은 직무급제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직무급제 도입을 준비해 왔다.
토지주택공사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직무급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직무급제 관련 연구용역은 지난해 11월 완료됐다”며 “용역을 통해 직무급에 따른 보수체계 설계는 마쳤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공공기관 339곳 가운데 부분적으로라도 직무급제 도입을 결정한 곳은 10곳 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토지주택공사에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임직원이 1천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직무급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의 현재 인원은 1만 명정도다.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에 따라 2천 명이 감축된다고 해도 8천 명 수준으로 대형 공공기관에 속한다.
그동안 임직원이 1천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강원랜드처럼 상위 직급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일부 도입한 곳은 있었지만 전면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은 아직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급제 도입이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임기 마지막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직무급제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이번 토지주택공사 개혁안을 계기로 그동안 직무급제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당근책을 제시했던 기조를 바꿔 잘못이 있거나 성과가 떨어지는 기관에 징벌적 압박으로 도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에 토지주택공사 개혁안에 포함된 직무급제는 징벌적 압박으로 도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번 토지주택공사 개혁안을 통해 약점이 있는 공공기관이나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관에 우선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보인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성과를 내기 위해 이러한 방침을 여러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직무급제 도입은 노사합의가 필요해 정부가 개혁안에 포함했더라도 토지주택공사에 전면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직무급제 도입이 사실상 임금삭감의 시도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무급제가 공정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각 직무에 객관적 평가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노동계는 바라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해서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많은 공공기관들이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고는 있다"며 "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세 동의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