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카드를 비롯한 카드회사들은 서로의 애플리케이션(앱)에 경쟁업체의 디지털 카드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합의하고 규격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합의는 KB국민카드·신한·삼성·현대·BC·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카드회사와 겸영카드회사 NH농협카드가 모인 모바일협의체를 통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안으로 KB페이에 경쟁 카드회사의 결제기능을 탑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KB국민카드는 2020년 10월 카드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를 내놨다.
KB페이는 계열사 서비스의 손쉬운 연결과 외부 확장을 목표로 내걸고 출시됐지만 경쟁 카드회사 등 다른 금융회사와 제휴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간편결제 플랫폼이 기존 앱카드와 비교해 지니는 중요한 차별점은 다양한 결제수단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인데 기술적 요건만 갖춰졌을 뿐 기능면에서는 다른 점을 보이지 못해왔던 것이다.
현재 KB페이는 KB국민카드와 카드포인트, KB국민은행 계좌, 해피머니상품권 등과 연계해 결제수단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외 카드회사의 결제수단으로는 결제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KB국민카드는 "계열사뿐 아니라 경쟁 금융회사와도 제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보여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카드회사들이 간편결제 플랫폼 개발에서 공통규격 개발에 합의하게 되면서 제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런 업계의 결정에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반 회사들이 빠르게 간편결제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카드업계가 뭉쳐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KB페이에 경쟁회사의 결제기능을 탑재할 수 있게 되면서 윤종규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전략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B페이는 윤 회장의 사실상 첫 번째 금융 플랫폼으로 윤 회장은 간편결제서비스를 기반으로 빅테크기업에 맞서 고객을 끌어들일 종합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KB국민카드는 KB페이 개발단계에서부터 확장성을 염두해두고 출시됐으며 최근 KB페이를 전면에 내세워 앱체계를 간소화한다는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내부적으로 KB금융그룹 계열사들과 협력해 고객 관점의 경계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금융, 비금융사업자들과 제휴 확대를 통해 KB만의 차별화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카드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4월28일 발표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4492억 원으로 2019년 3171억 원과 비교해 41.7% 늘었다.
보고서는 "핀테크기업의 지급서비스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는 가운데 전자지급수단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성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됐다"며 "간편결제 증가가 주요 빅테크 기업에 집중되는 쏠림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카드회사들이 개방형 간편결제시스템에 합의하면서 KB국민카드의 뒤를 이어 경쟁 카드회사들도 간편결제시장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신한카드는 4월 기존 앱카드를 개편한 신한페이를 출시했으며 우리카드와 NH농협카드, 하나카드 등도 조만간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KB국민카드는 KB페이를 중심으로 기존 '리브메이트3.0', 'KB국민카드' 앱의 주요기능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윤여정, 박서준, 김연아, 이승기, 차승원, 유해진, 오정세, 김창완, 문소리, 김혜윤씨 등 스타들을 대거 기용하며 통합 KB페이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