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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신격호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한 첫 심리에 출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문제가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법적 판단을 요청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선정 관련한 첫 심리가 3일 오후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렸다.
신 총괄회장은 예상을 깨고 법정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50대 때나 지금이나 (판단 능력에서) 차이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낸 장본인은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다. 신씨는 올해 79세인데 지난해 12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성년 후견인 지정신청을 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신정숙(신격호의 넷째 여동생)이가 후견인 신청했는데 걔(신정숙) 판단력이 문제 있는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법원에 나오는 차량 안에서도 "내가 신정숙이 남편을 롯데에서 근무하도록 했는데 과오로 파면시켰다"며 "그것 때문에 신정숙이 그런 것인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이날 법정에 들어오지 않았고 법률대리인만 참석했다.
성년후견인이란 질병 등의 사유로 정상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이다.
신씨는 신청 당시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대상으로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씨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모두 지목햇다.
이 때문에 신씨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다툼에서 중립적 입장에서 지정신청을 낸 것으로 관측됐다. 여동생의 입장에서 고령의 오빠를 두고 조카들끼리 싸우는 것을 말리기 위한 의도란 얘기다.
신정숙씨 측은 이날 “신 총괄회장은 치매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말년에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신씨가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6개월 넘게 장기화하면서 신씨의 요청에 따른 법원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뜻’에 따른 정당한 후계자라는 점을 내세워 공세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 판단이 어렵다고 보고 후견인 대상에 올린 5인을 모두 후견인으로 지목할 경우도 사태를 어렵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법원의 판단이 어느 쪽으로 나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 총괄회장은 5남5녀 가운데 장남이다. 신 총괄회장은 형제가 많았던 만큼 다섯째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을 비롯한 여러 형제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신정숙씨의 경우 신 총괄회장과 호불호 관계가 크게 알려진 적이 없다.
신정숙씨는 오히려 신 총괄회장의 화려한 혼맥을 언급할 때 늘상 입길에 올랐다. 신정숙씨는 롯데가 가운데 가장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신정숙씨는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과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신씨의 장녀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이다. 차녀인 최은정씨는 범현대가인 정몽익 KCC 사장과 결혼했다.
신정숙씨는 결혼 후 남편의 내조에만 전념해 경영이나 사회활동에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터진 뒤인 지난해 7월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자택에서 진행된 제사에 남편인 최현열 전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당시 신 전 총괄회장의 동생으로 '신동주파'에 섰던 신선호 산사스 회장도 참석했던 자리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