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증권사만 바라볼까?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에 비은행계열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며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났다.
손 회장은 비은행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데 매물이 언제 나올지 기약없는 증권사만 기다리기보다 후순위에 놓여있던 인수를 먼저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에 비은행 강화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에 은행과 비은행부문 모두 실적이 개선됐는데 특히 비은행부문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상승폭을 살펴보면 우리카드 41%, 우리금융캐피탈 35%, 우리종합금융 31% 등이다. 같은 기간 은행 순이익은 16.9% 증가했다.
비은행부문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셈인데 비은행부문 순이익이 늘며 우리금융지주도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716억 원을 거두며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비은행부문 강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에도 전체 순이익 가운데 87.7%를 은행에서 거뒀다.
손 회장이 지난해 말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며 비은행계열사를 강화했지만 추가로 비은행부문 인수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룹 내에 비어 있는 비은행부문에 관해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증권사를 인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데 인수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매물만 바라보다가 비은행부문 강화가 더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놓고 대형증권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DS투자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모두 검토하고 있어 이런 수준에서 DS투자증권을 살펴보기는 했지만 규모가 작아 인수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올해 상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형증권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증권 결제대금은 하루 평균 30조7천억 원을 보여 2020년 4분기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이 증권사를 제외하고 눈독 들일 수 있는 계열사로는 벤처캐피털이 꼽힌다. 우리금융지주는 경쟁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벤처캐피털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손 회장은 2025년까지 뉴딜사업에 43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디지털과 친환경 등 뉴딜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금융지원을 추진하는 데 벤처캐피털을 활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를 자회사로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롯데카드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롯데그룹 20%, 우리은행, 20%, MBK파트너스 60% 등이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인수금융을 주선하는 등 협력관계를 맺었던 만큼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때 우리은행에 지분 매입의사를 먼저 물어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아주캐피탈 지분 3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사모펀드로부터 잔여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아주캐피탈을 인수했다.
손 회장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우리카드와 함께 시장점유율 중위권에 단번에 올라설 수 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7%대 시장점유율을 보유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인수 우선순위를 놓고 "증권사 인수가 여전히 최우선 순위다"며 "다만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