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강원랜드와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좋은 관계설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강원랜드는 6일 이삼걸 사장의 선임을 공시했다. 변경일자는 8일부터이며 임기는 3년이다.
이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강원랜드를 맡게 됐다. 강원랜드 자체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폐광지역 지자체와도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4315억 원을 봤다. 강원랜드가 영업손실을 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 지자체의 강원랜드를 향한 재정적 기여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강원도 정선군을 비롯해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 등 폐광지역들도 코로나19로 지역경기에 큰 타격을 받은데다가 강원랜드 적자로 폐광기금 지원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본 만큼 순이익의 25%를 내는 폐광기금 부과금을 내지 않게 됐다. 사업에서 적자를 본 만큼 배당도 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강원랜드로부터 나오는 재정적 지원에 폐광지역 지자체들이 예산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정선군의 자체수입은 996억 원이다. 자체수입 가운데 폐광기금의 배분금액 226억 원, 강원랜드 주식배당금 96억여 원, 강원랜드 법인세 100억여 원 등 강원랜드와 관련된 세입이 모두 536억 원에 이른다.
정선군의 자체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강원랜드로부터 나오는 세입인 셈이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5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직접 만나 정선군의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 차원의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강원랜드는 강원도와 폐광기금 부과와 관련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기금 부과기준을 놓고 강원도가 부당하게 과대한 부과금을 걷어 갔다며 행정소송을 벌인 끝에 3월4일 1심에서 승소했다.
강원랜드는 1심에서 이미 납부한 폐광기금 가운데 과대징수된 1070억 원을 놓고 효력정지 결정이 나온 데 따라 강원도와 관련 지자체에게 부과금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폐광지역 지자체로서는 이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악재를 맞은 셈인 만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류태호 태백시장은 강원랜드의 부과금 반환요구를 놓고 “소송으로 일관하는 강원랜드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강원도와 폐광지역 시군 등 51%의 공공부문 주주와 함게 주주로서 권리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폐광지역 지자체에서 강원랜드를 향한 부정적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랜드의 실적 증가가 폐광지역 지자체의 재정확보로 직결되는 만큼 강원랜드에 적용되는 규제의 완화를 위해 지역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호 강원 정선군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 위원장은 3월23일 열린 ‘3·3 주민운동의 날 26주년 기념식’에서 “강원랜드 카지노에만 적용하는 규제완화를 위해 폐광지역 주민들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공추위는 강원랜드의 설립근거인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의 제정을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한 주민단체이기도 하다.
이 사장에게 지역 주민의 우호적 여론은 든든한 우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카지노를 주력으로 하는 강원랜드의 특성상 관련 법령의 변화는 사업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강원랜드와 관련된 법령의 개정에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2월 강원랜드의 독점적 지위를 2045년까지 연장하는 폐특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 역시 지역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폐광지역 지자체와 관계가 수월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강원랜드를 이끌 이 사장이 관료시절 행정안전부에서 행정과장, 재정경제과장, 감사과장 등 지방행정의 3대 요직을 모두 거친 지방행정 전문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사장은 경상북도 공무원으로 일하며 행정부지사까지 지냈고 경북 안동시장 선거에도 도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지자체의 살림살이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강원랜드와 지자체의 갈등을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