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을 놓고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에서 나아가 최근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에 사업거점을 늘릴 가능성이 나온다.
▲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지금껏 반도체 수요를 따라 중국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해왔으나 앞으로 미국에 투자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을 재편하면서 자동차전자장비(전장)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마그나와 설립하는 전장사업 합작법인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이동통신업계에선 합종연횡 움직임이 뜨겁다.
SK텔레콤과 KT는 이머커스와 콘텐츠 분야 등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에서 치열한 투자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자>
◆ 삼성전자
미국은 반도체 제조업 육성기조를 뚜렷이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산업 지원에 56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조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 의회에선 반도체지원법도 통과됐다.
미국은 향후 첨단 공정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시설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나온다. 그동안은 국내와 중국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를 진행해왔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초미세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 생산설비를 짓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데 미국 반도체 육성정책으로 논의가 탄력을 받아 조만간 투자계획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22조 원을 투입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할 지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인텔은 별도법인이 아닌 사업부 형태로 파운드리사업을 진행한다. 인텔은 파운드리업계의 가장 큰 수요처인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 등의 가장 직접적 경쟁자다.
이 때문에 인텔과 경쟁하는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이 인텔과 파운드리에서 협력을 주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차별화를 하려면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해 고객 확보를 더욱 수월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운드리를 분사해 나스닥에 상장하면 투자금 유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파운드리 분사 여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강화정책에 글로벌 연구개발 능력 확대로 대응한다. 이를 통해 격변하는 반도체산업 환경에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3월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미국 등 여러 지역에 연구개발 인프라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새너제이에 연구개발법인 SK하이닉스메모리솔루션아메리카를 마련했는데 9년 만에 다시 신규 연구개발거점 추가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 등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생산거점이 없다. 더구나 120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투자, 10조 원을 들인 중국 다롄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이미 대규모 자금소요가 적지 않은 SK하이닉스가 당장 미국에 새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우선 미국 등에 연구개발거점을 확대해 지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기술인력과 고객 확보 등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기업용SSD 분야의 입지를 강화하게 돼 미국 연구개발센터와 기술개발을 연계할 여지도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결정해 SK하이닉스 발전의 기반을 닦았는데 다른 기업보다 더 뛰어난 낸드기술을 확보하는 쪽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 LG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생활가전과 TV와 달리 스마트폰사업과 전장사업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전장사업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서고 2024년까지 해마다 15%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4조 원이 넘는 누적투자가 결실을 보게 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LG전자에서 2017~2021년 누적 투자가 4조 원을 넘는 사업은 생활가전과 전장사업뿐이다.
LG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VS사업본부의 전기차 동력전달장치사업 분할계획을 승인했다. 분할 신설회사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의 지분 49%를 마그나가 인수해 7월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이 합작법인은 빠르게 사업을 확대해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카 제작에 협력사로 참여할 가능성도 나온다.
◆ 삼성SDI
삼성SDI는 국내 주요 배터리제조 3사 가운데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생산시설을 늘리기보다 품질과 안전성을 더욱 중요시했고 경쟁사와 달리 미국 내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이 각형 전기차배터리 표준화전략을 최근 내놓으며 삼성SDI가 올해 미국 신규 투자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나온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등이 생산하는 파우치형배터리를 현재 쓰고 있는데 2024년부터 각형배터리로 바꿔 나간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에서는 중국 CATL 등과 각각 각형 배터리를 협력해 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파우치형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만 있을 뿐 각형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가 사실상 없다.
노스볼트는 미국 시장까지 감당할 생산능력이 되지 않고 중국 업체들은 정치적 이유로 미국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국내 주요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SDI가 미국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의 각형배터리 주요 협력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경쟁사와 비교해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는데 투자기조를 공격적으로 바꿔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