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과 함께 연단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탈환에 이바지함으로써 향후 야권 재편 과정에서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고 이를 대통령선거주자 지지로 연결짓는다는 청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민의힘 안팎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당 정치인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궐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역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와 함께 유세를 펼치면서 “이번 보궐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4년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내년 대선 전 마지막 심판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가 선거 유세없이 TV토론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서울 일대를 돌며 시민들에게 오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27~28일 주말과 휴일 유세에 오 후보와 공동유세를 펼친 데 이어 29~30일에도 빠짐 없이 오 후보의 유세 일정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4월1일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후보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29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박 후보 캠프에서 선거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부산이 내 고향이기도 하고 부산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요청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안 대표의 적극적 선거지원에 반가워하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감정 싸움과 갈등 탓에 혹여 안 대표가 서운함을 표시하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됐다.
안 대표가 보궐선거 승리에 따른 '전리품'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오 후보와 공동시정 운영을 약속하긴 했지만 이와 관련해 명확한 합의를 이룬 것도 아닐뿐더러 안 대표가 공동시정의 지분 확보로 만족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오히려 안 대표는 야권통합의 물꼬를 트고 서울시장을 탈환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보궐선거 이후 전개될 야권의 재편 과정에서 나름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보궐선거가 끝나면 사실상 대선정국이 시작된다. 여당과 야당 모두 경선일정을 잡은 뒤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국민의힘은 당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와 원내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도 치러야 한다.
대선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야권 재편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는 셈이다. 안 대표로서는 야권 안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이런 이벤트에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선 도전뿐 아니라 당권 도전도 안 대표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안 대표가 야권에 새로 터를 잡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보궐선거 국면에서 수면 아래 있었던 국민의힘의 텃새가 야권 재편 과정에서는 불거질 수도 있다.
이미 안 대표는 진보진영에 머물 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난 경험이 있다.
안 대표는 2014년 정치세력을 규합해 새정치연합을 창당한 뒤 바로 민주당과 연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결성했다. 당시 안 대표는 김한길 전 의원과 함께 초대 공동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었다. 하지만 결국 주류세력에 밀리며 탈당한 뒤 독자세력의 길을 걷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진영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지금 안 대표의 정치적 체급이나 세력은 그때보다 많이 약해져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도 안 대표의 야권 안착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뒤 국민의힘을 떠난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최근 국민의힘의 상승세로 김 위원장의 재추대론마저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내내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만큼 김 위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에 잔류하게 된다면 안 대표가 야권에서 나래를 펼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안 대표로서는 좋든 싫든 김 위원장과 당내에서 공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진행자가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당장 비대위원장을 그만두더라도 야권 재편 과정에서 역할이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야권 대선후보를 뽑는 과정에 김 위원장 같은 사람이 큰 역할을 해 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