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타를 입힐 '스모킹건'은 나오지 않은 덕분인지 지지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도 문제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김회재, 민병덕,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박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냈다.
이들은 “박 후보가 후보 등록 당시 부산 기장군에 있는 배우자 건물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해 허위로 재산신고를 했다"며 "재산 상태를 허위로 신고했으니 명백히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박 후보는 실수를 인정하고 의혹 해명에 나섰다. 박 후보 선거캠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집을 지어놓고 건축사가 등기를 하지 않아 실수로 재산신고에 누락된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변경 신청을 했다”며 “내야 할 세금은 모두 납부했고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최근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할 때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이제껏 박 후보가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있으면서 국정원 사찰문건을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때도 사찰문건을 보고받은 정황이 24일 새로 드러났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찰성 문건 15건의 배포처에 정무수석이 포함됐는데 이 가운데 14건은 박 후보가 정무수석으로 있을 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24일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규명한다는 이유로 국회 정보위원회를 29일 개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쪽은 민주당이 박 후보를 겨냥한 선거공작에 나섰다고 맞서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 정보위원들은 25일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안보기관까지 동원하는 초법적 선거공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이밖에도 딸의 입시청탁, 엘시티 관련 특혜, 지인의 국회 사무처 특혜채용, 지인의 국회 내 레스토랑 입점특혜 등의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의혹이 쌓여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입소스,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20~21일 이틀 동안 부산시민 1천 명에게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 6명 가운데 누구에게 투표할 지를 묻는 질문에 박 후보를 선택한 응답은 38.5%로 집계됐다.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26.7%를 얻는 데 그쳤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밖인 11.8%포인트이다. 두 후보가 경쟁을 시작한 이래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물론 부동층이 26.4%에 이르는 까닭에 이들의 향방에 따라 판세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김영춘 후보도 2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 후보에 관한 환상이 깨지는 과정에서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 심리가 팽배해 있어 김 후보에게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반대로 박 후보에게는 아무리 많은 의혹이 제기돼도 정권심판 심리에 파묻힐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제기되는 의혹들이 선거 이후에도 계속 따라다닐 사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엘시티 취득을 둘러싼 의혹이 가장 곤혹스럽다. 엘시티는 부산 정관계 비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라 여기와 연결되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명박의 사람’이란 이미지가 굳어지게 된 것도 멀리 보면 커다란 정치적 손실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박 후보 스스로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이 가능한 후보란 점을 내세우며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뇌물수수로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해지는 게 마뜩치 않은 일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 1년 전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에겐 연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은 물론 부산시장에 당선되더라도 대선주자급의 반열에 오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 후보는 오랜 야인 생활을 끝내고 정치권에 복귀하며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았지만 자칫 부정적 꼬리표가 정치 여정 내내 따라 붙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이번 부산시장 임기는 겨우 1년 남짓이다. 당선되더라도 의혹들이 수그러들기 전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다음 선거에도 정권심판 심리가 지금처럼 거셀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된다면 지금 같은 견고한 지지도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