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다툼을 이사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합의를 통한 해결 가능성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직접 배터리 다툼을 챙기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 문제를 합리적 수준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하게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11일 냈다.
이는 일각에서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따라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합의금이 최대 5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국제무역위 최종결정이 나온 뒤 내놓은 보고서에서 “두 회사의 합의금이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다툼에서 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각자가 지닌 패들을 모두 보여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한 점은 어떤 형태든 매듭을 짓는 결정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산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을 놓고 보면 LG이노베이션에 줄 합의금 마련의 측면도 있어 이사회의 가이드라인만 나온다면 합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자원개발 자회사 SKE&P아메리카 등이 보유한 미국 셰일오일 광구 지분과 자산 전체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매각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 지분 가운데 각각 최대 49%를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SK종합화학을 통해 2~3조 원, SK루브리컨츠를 통해 최소 2조 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합의금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더라도 자산과 지분 매각을 통해 합의에 대비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배터리업계에선 두 회사 사이 합의규모가 3조 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미국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SK이노베이션을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주장하며 극단적 상황까지 몰아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정치권에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5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공익적 요인을 들며 두 회사의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두 회사가 합의에 도달한다면 ‘2조+알파’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1조 원 안팎으로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이와 관련해 콘퍼런스콜에서 “두 회사가 제시한 합의금 규모에 조 단위 차이가 있다”고 말하며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배터리업계에서는 현금 2조 원에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일부를 더한 수준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까지 미국에 5조 원을 투자해 독자 생산능력만 현재 5GWh(기가와트아워)에서 75GWh까지 15배 확대한다는 점도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합의 결정을 앞당기는 데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만큼 SK이노베이션도 앞으로 미국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소송 리스크를 없앤 뒤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커진 상황에 놓이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공장 투자를 완료해도 생산능력이 22GWh에 머문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