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지사는 5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당진항 매립지 범도민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대법원이 지난 2월4일 당진과 아산시가 낸 ‘평택·당진항 매립지 일부 구간 귀속 자치단체 결정 취소 소송’에서 당진·아산시의 청구를 기각했기에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 논란은 2009년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개정 법안은 공유수면에 새로 매립지가 생긴다면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이 귀속 지방자치단체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평택·당진항 사이 바다를 메워 새로 땅을 만들었는데 이 땅의 '주인'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 땅을 충남 당진시와 경기 평택시 사이에 있다. 당진시와 평택시의 12년 묵은 땅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평택시는 개정법에 따라 2010년 당진항 신생 매립지 96만2350㎡를 평택시로 귀속시킬 것을 행안부에 요청했고 행안부는 2015년 4월 67만9590㎡를 평택시로 나머지 28만 2760㎡는 당진시로 귀속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유수면으로는 충남 당진시 관할이었던 구역이 매립된 뒤에는 경기 평택시로 넘어간 것이다.
행안부는 2015년 4월 매립지 관할구역을 의결하며 “지리적 연접관계, 주민 편의성, 형평성, 효율성, 이웃 지자체의 상생협력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했다”며 “여러 번의 실무조정회의와 현장방문, 해외사례조사 등 위원들이 연구를 통해 의결했으니 지자체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측면에서 수용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당진·아산시는 즉각 반발했다. 2015년 5월 대법원에 취소소송을, 같은 해 6월에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0년 7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마저 2021년 2월4일 행안부의 결정을 따르라는 취지의 최종 판결을 내렸다.
양 지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충남의 바다를 메운 곳은 충남 땅이라는 진리가 무너졌다”며 “상식에 어긋난 판결에 분노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양 지사는 이렇게 법적 해결의 길이 막힘에 따라 당진시를 달래면서 상생협력 모델의 구축 쪽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번 간담회도 이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는 양승조 지사와 김종식 범도민대책위원장,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 홍기후 충남도의회 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충남도는 당진시에 △당진항 해역 등 외항 중점개발 및 투자 △국가 공공기관 이전 및 글로벌 기업 유치 등을 약속했다.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장은 당진시 보상방안을 두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광역도시계획에 당진시가 빠졌다”며 “당진시를 계획에 넣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양 지사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당진항이 환황해권 거점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관할지 싸움'과 같은 지자체 사이의 갈등을 관리할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도 2020년 9월 ‘자치단체 사이 협약 제도 마련’ 보고서를 통해 "평택·당진항 공유수면 매립지 사례를 보면 기존 제도로는 국내 지자체 사이의 협력을 끌어내기가 어렵다"고 짚었다.
행안부는 미국에서 1968년 제정된 ‘정부 사이 협력법’을 사례로 들며 이 법이 연방과 주, 지방정부들 사이의 협력을 촉진했다고 바라봤다. 유럽연합은 유럽지역개발기금을 통해 다양한 국가 사이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행안부는 국내 지자체들 사이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자체 사이 협약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체계화된 합의 시스템 구축 △지자체 평가에 지역 협력 관련 항목 반영 △지역 협력사업 재정 유인구조 사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기도연구원도 ‘평택·당진항 공유수면매립지 관할권 분쟁’ 경제 브리프를 통해 지자체는 영토분쟁 반응에서 벗어나 행정구역의 본질과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인지 재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할권을 보유한 지자체의 기여도에 비례해 재정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지방재정 제도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제시헸다. 과잉부여 재정수입이 발생하면 그 부분을 당진시와 아산시 등 인접 도시와의 상생협력 사업에 투자하는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생협력모델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충남도민의 실망과 상실감을 달래줄 보상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진항과 그 주변 지역에 관한 단기 및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