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라이벌 신한은행보다 좋은 실적을 2년 연속으로 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인력 효율화를 구축했는데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높은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받는다.
허 은행장은 해외사업과 마이데이터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20년 순이익이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이익 감소세를 보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은행업황 악화에도 순이자수익은 늘었고 코로나19로 쌓은 대규모 충당금과 퇴직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적이 늘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KB국민은행의 순이자이익은 2019년 6조3600억 원에서 2020년 6조7500억 원으로 6.1% 늘었다. 신한은행(1%) 순이자 증가에 비해 성적이 좋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줄었지만 입출금계좌와 같은 무수익예금 규모가 늘어나며 조달금리를 대폭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의 무수익예금 규모는 2020년 한해 31조4천억 원 증가하며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순이자마진(NIM)도 낮아지다가 4분기부터 개선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20년 4분기 1.51%를 보이며 직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좋아졌다. 4대은행 가운데 순이자마진이 늘어난 은행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이런 흐름은 2021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효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올해 KB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 안정흐름이 이어지며 이자이익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대출성장률은 둔화가 예상되나 가산금리 확보에 긍정적 여건은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결국 KB국민은행의 2020년 실적 뒷걸음질은 희망퇴직비용, 충당금 등 일회성비용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리 부담을 인식한 만큼
허인 은행장의 리딩뱅크 지키기는 올해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은행장은 이밖에 동남아시장과 마이데이터사업 등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4분기 희망퇴직비용으로 세후 약 2190억 원을 인식했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800명이 KB국민은행을 떠났다. 2020년 초 이뤄진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62명) 규모의 1.7배 수준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2020년 KB국민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843억 원에 이른다. 2019년보다 367.5% 늘어난 규모다.
2020년 코로나19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따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한 만큼 올해 이익으로 환입될 가능성도 높다.
허 은행장은 올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과 마이데이터 신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동력도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최근 회사이름을 KB부코핀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KB' 브랜드 구축에 나섰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20년 8월 현지 금융당국의 지원 아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지분 67%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2일에는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KB마이머니'를 통해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서비스를 출시하며 마이데이터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KB국민은행은 이번에 선보이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KB스타뱅킹, 리브 등 KB국민은행 메인플랫폼에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