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쌍용차 금융지원 방침을 두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고 있다.
쌍용차는 부품협력사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납품중단 등 영향으로 2월 들어 공장을 거의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쌍용차 부품협력사들도 동반으로 경영난을 겪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쌍용차는 당초 2월 말까지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잠재적 인수의향자인 HAAH오토모티브에 협의를 거쳐 법원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이 계속 지연되며 쌍용차가 이른 시일에 사전회생계획안을 확정하기 사실상 불가능해져 산업은행이 결국 금융지원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쌍용차 고용유지 및 협력사 경영 안정화 등을 위해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무시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에 압박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동걸 회장이 쌍용차 대주주와 인수의향자의 의사결정 없이 금융지원을 절대 제공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한 발 물러나 최근의 상황 변화를 고려해 추가 대출금 지원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가 잠재적 투자자와 협의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독자적으로 금융지원을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혈세 투입을 최소화하고 현실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소신에 따라 쌍용차 지원 가능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정부에서 쌍용차 회생을 위한 추가 금융지원 가능성을 두고 어떻게 판단하는지 물었다.
은 위원장은 “(쌍용차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 정상화를 시킬 수 있다”며 “고용 등 문제를 고려한다면 회생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쌍용차 공장과 협력업체들이 있는 경기도 평택을 지역구 3선 의원이다. 은 위원장이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냐는 건 산업적 판단에서 봐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고 지역구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 의원의 질의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쌍용차 문제를 향한 정부 정책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쌍용차 매각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여건은 더욱 나빠진 만큼 쌍용차와 협력사들에 위기가 더 커진 점에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고용지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까지 내려가며 정부에서 고용과 관련한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스런 대목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산업은행의 쌍용차 금융지원을 놓고 이동걸 회장도 원칙과 소신만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가 확실한 회생계획을 내놓아야만 추가 자금지원에 명분이 실릴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쌍용차가 현재 이해관계자와 협상을 추진하며 회생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 산업은행도 금융지원에 더 열린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은성수 위원장도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와 이해관계자들 사이 쌍용차를 두고 어느 정도 합의가 된다면 산업은행도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