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회사이름을 KB부코핀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KB금융그룹 브랜드를 활용한다.
15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에서 인수한 은행에 KB 이름을 붙이면 초기에는 KB 브랜드에 익숙한 한국 기업과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예금 증가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KB부코핀은행에 따르면 한인고객의 예금은 KB국민은행에 인수된 직후 2개월 동안 1조6천 억 루피아(약 127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코핀은행이 불과 1년 전인 2020년 3월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이른바 '뱅크런'에 직면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안정적 예금을 확보하는 것은 은행 신뢰회복에도 긍정적이다.
리반 푸르완토노 KB부코핀은행 은행장은 "KB금융그룹의 부코핀은행 인수를 통해 한인사회라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푸르완토노 은행장은 KB 이름을 앞세운 리브랜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래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을 비롯해 2천여 개에 이르는 한국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있으며 이 가운데 190여 개 회사가 KB부코핀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놓여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 한국-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면 그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김경화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 발효되면 우리 기업들의 즉각적 수혜가 예상되고 업계에서도 올해 하반기 발효를 기대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의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화를 목표로 내건 만큼 한인사회 뿐 아니라 현지에도 'KB'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광고를 내놓으며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또다른 계열사인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과 함께 인도네시아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만 이전 대주주와 1조6천억 원대 소송전을 치러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보소와그룹 측은 2020년 8월 KB국민은행이 지분 67%를 확보하며 부코핀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보소와그룹이 행정법원 1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으면서 KB국민은행을 상대로 대규모 민사소송에 나섰다.
KB금융지주는 1월25일 KB금융지주는 "보소와그룹이 유상증자와 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경영권 인수가 인도네시아 현지 법령 등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인도네시아 금융감독당국과 KB국민은행을 공동피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공시했다.
KB국민은행 측은 보소와그룹 측이 제시한 금액이 근거도 없고 지나치게 크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KB부코핀은행 대주주에 오른 2020년 9월 기준으로 총자본금이 8천억 원 수준인데 손해배상금으로 1조6천억 원을 청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승패와 관계없이 소송이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B부코핀은행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신남방정책을 확대하려는 KB금융그룹의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