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된 S번역기 성능이 향상된다. 번역 가능한 언어도 대폭 늘어난다. S번역기 개발사인 국내 벤처 CSLi가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 기술을 갖춘 프랑스의 시스트란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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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S번역기가 탑재된 갤럭시 S4를 시연하고 있다. |
CSLi는 27일 시스트란을 인수해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고 밝혔다. CSLi는 시스트란 지분 38.04%를 인수했다. 잔여 지분은 12일부터 시장에서 공개매수하고 있다. 전체 지분 매수 가격은 3750만 유로(약 521억 원)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인수합병이 끝나면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은 번역 소프트웨어분야 세계1위로 올라서게 된다.
시스트란은 1986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번역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다. 프랑스 증시인 유로넥스트에 상장돼 있으며 지난해 매출 1072만 유로(150억 원), 영업이익 98만 유로(14억 원)을 올렸다. 시스트란은 미국 국방부와 EU위원회에 번역 솔루션을 납품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구글과 애플이 탐을 내는 강소기업이다.
드미트리 사바타카키스 시스트란 회장은 “시스트란은 독보적 기술력과 데이터베이스를 갖췄다”며 “양사의 협력이 바탕이 돼 상호신뢰를 쌓았고 이로써 더 큰 비전을 이뤄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의 출범을 설명했다.
CSLi는 삼성전자, NTT도코모, 다이소 등의 기업에 기술을 적용해 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S번역기도 CSLi의 솔루션을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갤럭시S4를 통해 선보인 S번역기는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의 9개 언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번역기가 사투리까지 번역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김동필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갤럭시S4와 갤럭시S5뿐 아니라 삼성전자 모든 제품의 운영체제에 우리 회사 자동번역기가 탑재됐다”며 “향후 제품 탑재는 삼성전자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S번역기 품질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은 100여 개가 넘는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게 돼 구글(60개)과 마이크로소프트(20개)를 뛰어넘어 자동번역기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로 군림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은 올해 번역 가능 언어의 종류를 늘리고 내년에 시장을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기현 시스트란인터내셔널 대표는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은 다국적 공룡기업들에 대한 소프트웨어 종속을 막는 자동번역 솔루션의 최강자”라며 “국내 최초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그룹으로서 다양한 산업과 시너지를 내고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순영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시스트란 인수는 한국기업이 전세계를 상대로 영향력을 갖는 기술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한국 IT산업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