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이 전산시스템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로 전환했을 때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마이데이터사업에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데에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1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권준학 은행장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어떤 업무가 클라우드와 적합한지 평가기준을 세우고 평가대상과 범위를 정한다.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준비, 테스트, 연계 방안 등 세부전환 방안을 마련한다.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효과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클라우드환경 구축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된 만큼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권 은행장은 핵심업무는 은행 내부적으로 클라우드시스템을 구축해 보안성을 높이고 비핵심업무는 외부 클라우드 사업자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클라우드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클라우드 도입을 위해 서비스형 인프라(IaaS)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속한 개발환경 구현을 위한 파스(PaaS, Platform as a Service)와 네트워크 가상화(SDN) 등을 도입해 시스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발판삼아 지난해 11월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에 은행권 최초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란 전문업체가 제공하는 IT인프라 자원을 별도의 구축비용 없이 사용한 만큼 이용료를 내고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모든 전산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기보다 외부에 일정부분 맡겨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외부 클라우드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 시행되면 여러 금융기관과 개인정보 전송이 활발해져 기존 내부 서버로는 데이터 전송량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외부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사전에 IT자원 사용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업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다만 권 은행장은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외부 클라우드로 적용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따라야할 지침이 나오지 않았고 마이데이터 활용을 위한 표준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마련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마이데이터 플랫폼에 외부 클라우드를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올원뱅크에는 선제적으로 외부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이데이터 전체 플랫폼까지 확장하지 않으려는 것은 보안상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외부 클라우드로 구축한 상태에서 클라우드가 뚫리면 고객정보가 모두 해킹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은 보안과 관련해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다.
농협은 2011년 4월 전산사고로 3일 동안 은행업무가 중단된 사고를 비롯해 2013년 3월 은행 전산망이 마비됐던 사고, 2014년 개인정보 유출사태 때 NH농협카드에 있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 등 여러 보안문제를 겪었다.
이후 보안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수년 동안 지속해왔다. 비록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확실히 고친 모범사례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