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우리 일대 도시개발계획. DB하이텍 상우공장이 포함된 음성상우산업단지 개발계획을 보여준다. <도시계획정보서비스> |
DB하이텍이 충북 음성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 인근에서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최근 반도체 호황에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증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번 산업단지 개발을 계기로 파운드리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부지는 충분히 확보된다.
다만 실제로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조달이 쉽지 않은 반도체장비를 마련하는 일이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DB하이텍에 따르면 파운드리공장 가운데 하나인 상우 공장이 있는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우리 일대에서 음성상우산업단지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 분양하기로 했다.
음성군은 음성상우산업단지에서 DB하이텍을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음성상우산업단지는 전체 58만1884㎡ 규모에 이른다. 사업비 850억 원이 투입돼 2019년도 착공했다.
산업단지 부지는 대부분 DB하이텍이 소유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전체 부지에서 산업시설용지로 지정되는 34만4971㎡ 가운데 18만3031㎡를 사용할 것으로 예정됐다.
DB하이텍의 산업시설용지에서 13만7220㎡는 이미 기존 상우공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5만 ㎡가량의 산업시설용지가 새로 추가되는 셈이다. 반도체가 생산되는 건물(FAB동) 건축면적이 2만2977㎡라는 점을 놓고 보면 작지 않은 규모다.
분양실적에 따라서는 DB하이텍이 여유 산업용지를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설을 위한 부지가 충분히 확보된다는 뜻이다.
DB하이텍 실적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DB하이텍은 2020년 3분기 누적기준 매출 7081억 원, 영업이익 2089억 원을 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9%, 56.5% 증가했다.
이는 8인치(200mm)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호황에 힘입은 성과로 풀이된다.
200mm 웨이퍼는 12인치(300mm) 웨이퍼와 비교해 반도체 생산량이 적지만 생산비용은 저렴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최근 세계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DB하이텍과 같은 200mm 파운드리에도 일감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 공장과 상우 공장에서 모두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어 증설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98.02% 수준이다.
▲ DB하이텍 충북 상우공장(왼쪽)과 경기도 부천공장. <다음 지도> |
부천 공장을 보면 근처에 다른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증설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반면 상우공장은 주위가 한산한 데다 인근 토지도 대부분 산업단지 개발에 따라 수용되는 만큼 부천공장과 비교해 증설하기 훨씬 좋은 환경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DB하이텍은 아직 증설과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만약 증설한다면 부천 공장보다 상우 공장이 유리한 것은 맞다”면서도 “음성에 보유한 땅을 놓고 정부와 협의해 산업단지로 개발한 뒤 주로 다른 사업체에 분양할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단지 추진은 2000년대 초 파운드리 사업 초기부터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추진해온 사안"이라며 "증설 이슈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덧붙였다.
DB하이텍의 증설에는 공장 부지 확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DB하이텍이 증설을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200mm 파운드리를 위한 반도체장비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반도체장비기업들은 업계 주류인 300mm 웨이퍼를 위한 반도체장비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200mm 웨이퍼를 다루는 신규 장비는 조달이 어렵고 그나마 시장에 풀리는 장비는 대부분 중고로 알려졌다.
이에 UMC나 뱅가드 등 대만 파운드리기업들은 200mm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DB하이텍은 기존 파운드리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DB하이텍 생산능력은 200mm 웨이퍼 기준 2019년 월 12만2천 장에서 2020년 3분기 월 12만9천 장 수준으로 소폭 늘어났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증설과 같은 여러 방안을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