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훈 휴젤 대표집행임원이 보툴리눔톡신 제제 ‘보툴렉스’를 들고 이번에는 유럽과 미국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손 대표는 2025년까지 휴젤을 ‘매출 1조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특히 시장규모가 큰 중국과 유럽, 미국 등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
17일 휴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휴젤의 보툴렉스(수출이름 레티보)가 이르면 6월 안에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허가 심사에는 대개 1년 정도가 걸린다. 휴젤은 2020년 6월 유럽의약품청(EMA)에 보툴렉스의 판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국에는 올해 1분기 안에 보툴렉스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미국에서는 2022년쯤 보툴렉스의 판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면 휴젤은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유럽, 미국 등 3곳 시장 모두에 진출하게 된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보툴렉스(수출이름 레티보)의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중국 보툴리눔톡신시장에 진출하는 세계 4번째 기업이 됐다.
현재는 중국에 초도물량을 공급하는 단계로 파악된다. 3월이나 4월쯤 중국에서 보툴렉스를 정식 출시할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손 대표는 휴젤을 매출 1조 원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수년째 수출비중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휴젤은 이미 27개 국가에서 보툴렉스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국내 보툴리눔톡신기업 가운데 대만과 러시아에서 보툴리눔톡신 판매허가를 따낸 건 휴젤이 유일하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큰 중국, 유럽, 미국 등 3곳 시장으로 진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매출규모를 크게 늘리는 게 어려운 만큼 손 대표는 이 ‘빅3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유럽시장은 오스트리아 제약기업 크로마와 협업을 강화해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유럽 보툴리눔톡신시장은 약 1조 원 규모로 미국과 함께 세계 보툴리눔톡신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직판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018년 크로마와 합작회사 형태로 미국 자회사 휴젤아메리카를 세웠다.
세계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강원도 춘천에 제3공장도 짓고 있다. 공장이 건립되면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250만 바이알(vial)에서 2024년 1050만 바이알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는 보툴리눔톡신사업에서 성장을 이어가려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휴젤은 2016년 뒤로 벌써 5년째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찰 만큼 시장 입지가 단단한 데도 2019년 국내에서 낸 보툴렉스 매출은 1천억 원에도 못 미친다. 손 대표가 목표로 삼은 매출 1조 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손 대표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글로벌시장 확대와 포트폴리오 확장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매출 1조 원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1300억 원 수준에 불과한데 경쟁자가 계속 늘다 보니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온스, 종근당, 파마리서치바이오 등 벌써 22개 기업이 보툴리눔톡신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종근당바이오, 한국비엠아이, 이니바이오 등도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반면 해외시장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과 달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보툴리눔톡신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5조 원에 이르는데 2026년이면 2배인 9조8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는 올해로 4년째 휴젤을 이끌고 있는데 휴젤의 해외 영토확장의 이면에는 해외영업 역량을 갖춘 손 대표의 수완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많다.
손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미국 본사에서 영업분석가로 근무했으며 동아제약의 글로벌사업 전무를 역임했다. 2016년에 동화약품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