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산업에서 제조사들이 보유해야 할 경쟁력의 핵심은 배터리소재 확보에 달렸다는 점을 고려해 SK그룹 차원에서 배터리소재 수직계열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을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내부적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SK그룹에서도 전기차 관련 소재와 부품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룹 차원의 도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배터리 4대 핵심소재 가운데 분리막을 내재화해 사업 경쟁력을 키웠다.
분리막은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성과 직결되는 기능을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다투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합의를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배터리사업 경쟁력에서 중요한 소재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이 우위에 선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성능이 뛰어난 SK이노베이션 분리막 확보를 대가로 합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사장은 분리막 이외에 다른 주요 배터리소재는 SK그룹 차원에서 구축된 계열사 조달망의 도움을 받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미국 실리콘음극재 벤처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 지분을 취득하며 실리콘음극재 기술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SK머티리얼즈는 그룹14테크놀로지의 기술력에 가능성이 있으면 인수합병을 통해서 자체사업으로 편입해 키울 공산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또 SK넥실리스에선 전기차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 코팅에 사용되는 전지박을 생산한다.
SK넥실리스 역시 SK머티리얼즈와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을 통해서 SK그룹 계열사에 편입된 사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실적 면에서도 그룹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터리소재 수직계열화 움직임은 SK그룹의 사업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산화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데려와서 잘 키우면 된다’며 경쟁력 있는 사업이라면 인수합병을 통해서라도 내재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반도체와 반도체소재 수직계열화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 회장은 2011년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SK하이닉스 인수를 진행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인수 당시 매출 10조1622억 원과 영업손실 2273억 원을 거뒀지만 이듬해 매출 14조1651억 원과 영업이익 3조3798억 원을 내며 최 회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뒤 SK그룹은 2015년 반도체 제조용 가스제조기업인 SK머티리얼즈와 2017년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인 SK실트론도 인수해 주요 반도체소재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었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는 SK그룹에 인수된 뒤 반도체소재 수직계열화 전략에 따라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2~3배가량 늘어났다.
김준 사장도 전기차배터리에서 소재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배터리와 소재사업은 친환경 성장의 중심으로 이제 시장에서 성장가치를 평가받기 시작한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로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